신상발언 후 상정 않고 산회 선포
회의장 곳곳에서 탄식 터져 나와

오늘 본회의 열고 다시 처리키로
국힘 “의장이 당사자…제척 가능”
제1부의장 의사봉 잡고 안건 심의
▲ '5·18 폄훼' 논란을 빚은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 23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92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의장 불신임 안건 상정을 거부하고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고 퇴장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설마.”

23일 오전 10시 인천시의회 본회의장에 탄식이 터졌다. 본인 '불신임안'이 논의될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허식 시의회 의장이 당당히 의장석에 올라섰다. 1∼6차 의안 상정은 무리없이 진행됐다.

그러다 '의장 불신임안' 의안이 상정되기 직전, 허식 의장이 준비한 신상발언을 읽기 시작했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 잘못없다.” 그렇게 3분여 글을 읽고난 후 허식 의장은 의사봉을 들었다. “산회를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린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결국 본인의 '불신임안'을 스스로 상정하지 않은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뭐야.”

본회의장에 참석한 36명 시의원을 비롯해 시·시교육청 간부 공무원들은 '멍'하게 허식 의장 뒷모습을 바라만 봤다.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킨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 의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의원들이 발의한 의장 불신임안 처리를 거부하며 의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남은 의원들은 허 의장의 돌발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오늘 본회의를 다시 열어 의장 불신임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허식 의장은 23일 열린 제29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장 불신임의 건'을 상정하지 않고 본회의 산회를 선포했다.

의장 불신임의 건은 시의원 19명이 지난 18일 발의해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공식 안건이었다.

불신임의 건은 재적의원(40명) 과반 수(21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앞서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당론으로 허 의장 불신임을 결정했던 터라 가결이 기정사실화 돼 있던 상황인데 이처럼 허 의장의 돌발 행동이 일어난 것이다.

인천시의회 구성은 국힘을 탈당한 허 의장을 뺀 39명 중 국힘 소속이 25명, 민주당 소속이 14명이다.

허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허위 당론으로 밀어붙인 (국민의힘) 의원총회 결과를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 의원들의) 단순 요청에 의해 신문을 돌린 행위는 (지방자치법에서 불신임 사유로 정하고 있는) 법률 위반도 아니고 직무 수행 안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도움 되는 적극적인 직무 수행”이라고 한 뒤 본회의를 기습 산회해 회의가 파행했다.

김명주(민·서구6) 시의회 윤리특별위원장은 본회의 직후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뒤통수를 얻어 맞은 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남은 의원들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오늘 오전 9시 본회의를 다시 열어 의장 불신임의 건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의총 과정에서 박창호(국·비례) 의원이 허 의장을 두둔하며 이봉락(국·미추홀3) 제1부의장에게 “의장하고 싶은 거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한때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한민수 시의회 국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24일 오전 9시 본회의를 열 것이고 의장이 당사자이기에 의장은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며 “그래서 제1부의장이 의사봉을 잡고 불신임의 건을 처리한다. 야당과 합의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82조에 따르면 의장이나 의원은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 또는 형제자매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관해서는 그 의사에 참여할 수 없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