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여파 법정관리 신청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은 충격
업계 연쇄 부도 위기감 현실화

지역내 굵직한 현장 다수 참여
공사·대금 지연 등 악영향 우려
▲ 타워크레인. /인천일보DB
▲ 타워크레인. /인천일보DB

건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설립 30년을 맞은 인천 중견 건설 업체마저 휘청이고 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개시한 데 이어 이번엔 지역 건설 업체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사 연쇄 부도 위기감이 현실화하고 있다.

23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1993년 설립된 인천 부평구 소재 ㈜영동건설이 지난 2일 법정관리를 신청, 서울회생법원이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포괄적 금지 명령은 정식으로 회생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자산을 모두 동결하는 조치다.

영동건설은 국토교통부가 전국 8만여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공사 실적과 경영 상태, 기술 능력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공능력평가에서 지난해 기준 176위를 기록했다. 인천 건설 업체만 놓고 보면 9위에 해당한다.

지역의 굵직한 종합 건설 업체로 꼽히는 영동건설이 다수의 건설 현장에 참여한 상황이라 이번 법정관리 신청이 이들 공사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영동건설이 단독 도급을 받은 영종테이튼 오피스텔은 오는 9월 준공을 목표로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행사인 (주)사람을품다 관계자는 "영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전 공사비과 임금 등을 하도급업체에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서를 작성했다"며 "공사는 영동건설과 관계없이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영동건설은 또 인천도시철도 1호선 검단연장선 1공구와 서울 7호선 청라연장선 5공구 건설 공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제3연륙교(영종∼청라) 1·2공구, 영종∼신도 평화도로 등 관급 공사에도 공동 도급 형태로 뛰어든 상황이다.

영동건설 자금 사정은 2022년을 기점으로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영동건설이 제공받은 담보 또는 보증금액 등 채무는 2021년 38억5900만원, 2022년 132억9700만원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44.25%에서 106.28%로 높아졌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에 이어 지역 중견 업체 법정관리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건설 업계는 얼어붙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에서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중견 업체가 경영 위기에 몰린 것”이라며 “연쇄 부도가 줄줄이 이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시회 관계자도 “종합 건설 업체의 법정관리는 공사에 함께 참여한 전문 건설 업체 피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현재 자금이 모두 동결된 상태라 하도급 대금 지급이 늦어질 것이고, 근근이 버티던 소규모 전문 건설 업체들은 폐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전민영 기자 jmy@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