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가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가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23일 오전 현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따라서 작은 사업장들도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여 년간 시행해오던 '안전보건지킴이' 관련 올해 예산 전액이 삭감되었다. 효과가 컸던 제도는 없애면서 한편에서는 중대재해법 유예를 추진해온 정부·여당의 모순적인 행보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안전보건지킴이'는 전문적인 안전 인력을 선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고위험업종,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안전실무를 담당할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제도다. 2010년부터 시작된 한국산업안전공단 각 지부가 안전보건지킴이를 선발하고 배치하여 운영해왔다. 성과도 뛰어난 것으로 자체 평가되었다. 2015~2019년 사이 안전보건지킴이가 배치된 건설현장의 사망사고 만인율(1만명당 산재사망자수)이 1.2여서, 전체 건설현장 2.32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 활동한 안전보건지킴이는 70여명이었다. 경기도에는 2021년 현재 중소기업만 198만개에 이른다. 정부와 여당은 준비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을 공공연히 언급하기에 앞서 안전보건지킴이를 더 확충할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 하지만 거꾸로 올해 관련 예산 124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유는 2021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지자체에도 산재 예방 책무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업이 중복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기도가 2020년부터 진행 중인 '노동안전지킴이'와 '안전보건지킴이'가 같은 사업장을 관리하면 예산낭비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 사례를 확대해석한 억지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70명과 안전보건지킴이 100여명을 다 합쳐도 170명에 불과하다. 여기서 70명을 제외하면 산업안전이 허술해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면서 준비부족 운운은 이율배반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지자체와 협력해 산업안전을 강화할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