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고 정리 후 설치하라” 지시
직원 “쉴 공간 없어…잘못된 발상”
부의장 “보고 받거나 상의도 없어”
의장 “복지 차원 사려고한 것” 해명
▲ 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이 직원한테 사라고 지시한 근력 운동기구.
▲ 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이 직원한테 사라고 지시한 근력 운동기구.

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이 독단적으로 직원한테 운동기구를 사라고 지시해 논란이다.

말로는 복지 차원이라고 했지만,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거나 의원들과 상의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산도 확보하지 않아 사무관리비로 운동기구를 사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관련법 위반에 해당한다.

21일 포천시의회에 따르면 서과석 의장은 지난해 12월 가산면에서 헬스기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A업체를 찾아갔다.

이곳에서 운동용품을 살펴봤다. 그러고선 직원한테 근력 운동기구 2개를 사라고 지시했다. 가격은 약 300만원가량 된다.

▲ 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이 문서나 자료 등의 기록물을 보관하는 문서고에 헬스기구를 설치하라고 지시해 직원들이 안에 있던 물건을 치웠다. 현재 일부 문서와 자료는 남아 있다.
▲ 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이 문서나 자료 등의 기록물을 보관하는 문서고에 헬스기구를 설치하라고 지시해 직원들이 안에 있던 물건을 치웠다. 현재 일부 문서와 자료는 남아 있다.

설치장소도 지정해줬다. 의회 건물 2층에 있는 문서고였다. 이곳은 귀중한 문서나 자료 등의 기록물을 영구히 보관하는 곳이다.

직원들은 제175회 제2차 정례회가 끝난 뒤 문서고에 있던 물건을 치웠다. 일부는 갖다 버린 것도 있고, 책상 등은 폐기물 업체에서 수거해갔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정작 헬스기구는 못 샀다. 운동용품을 사려면 사전에 계획을 세워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A업체에 가서 물건까지 봤던 직원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차일피일 미뤘다. 사무관리비로 물건을 사는 것도 부담이 컸다.

헬스기구는 사무관리비와는 전혀 다른 항목이다. 직원들의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서 의장은 빨리 사라고 재촉했다.

한 직원은 “의회가 개원한 지 올해 33년째다. 지금까지 사무실 공간이 부족해 직원들은 쉴 휴식공간도 없었다”면서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 직원들과 상의도 하지 않았다. 헬스기구 갖다놓으면 누가 운동하겠나. 커피 마시고 쉬는 게 낫다.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의원들과도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제창 부의장은 “운동기구를 산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보고를 받거나 상의한 적은 없다. 지금 패싱 당한 기분이라서 자존심이 좀 상한다”면서 “직원들 복지 차원에서 운동기구를 산다고 하면 집행부에서 의회를 얼마나 한심하게 보겠느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과석 의장은 “의원들도 그렇고, 직원들 복지 차원에서 운동기구를 사려고 했다. 지역에 헬스기구를 파는 업체가 있다고 하길래 가서 둘러봤다. 지금 (운동기구를) 사려고 준비 중인데 구체적인 거는 없다”고 해명했다.

/포천=이광덕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