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용소방대장 친언니 따라 첫 발
장기 국악 재능기부 역대급 효과
매달 장애인에 맛있는 반찬 기부
체력 다하는 날까지 선행 구슬땀
▲ 김용옥 어울림봉사단 회장.
▲ 김용옥 어울림봉사단 회장.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한치의 소홀함도 용납지 않습니다.”

6년째 비인가 시설에 정성이 가득 담긴 반찬을 만들어 전달하는 파주시의 '어울림 봉사단'을 이끄는 김용옥(69) 회장의 손은 굳은살이 빼곡하다.

지역에서 의용소방대장을 하는 친언니를 따라 43세 때 시작한 봉사의 첫발은, 다시는 봉사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참사랑의 출발점이 됐다.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김 회장은 의용소방대에 더해 자신의 장기인 국악을 이용한 봉사활동까지 더한다.

워낙 재능이 있었지만 파주시교육문화회관에서 체계적으로 배운 창, 민요를 바탕으로 파주교육문화회관 자원봉사단을 구성한 것이다.

당시에는 봉사활동이라면 대부분 힘을 쓰고 땀을 흘리는 노력봉사가 대부분었던 시절이라 노래로 봉사한다는 것은 다소 낯설었지만 효과는 요즘 말로 역대급이었다.

대부분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상대로 민요나 창을 불러주다 보니 무료했던 어르신들의 박수와 어깨춤은 회원들에게 큰 보너스가 됐다.

봉사하면서 느낀 희열을 다시 한 번 가슴으로 알게 된 김 회장의 시선은 이제 더 넓은 곳을 본다.

김 회장은 장애인 시설임에도 불구 열악한 환경에 비인가 시설로 분류된 '주람 동산'을 우연히 찾았던 장애인들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슬하에 자녀가 없어 늘 허전함이 어깨에 무게였던 김 회장은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것이 내가 편히 사는 숙명적인 과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친구들과 지인들을 모아 함께 반찬 봉사를 제안하자 평소 김 회장을 적극 지지했던 사람들은 흔쾌히 봉사에 동참하면서 어울림 봉사단이 태동했다.

어울림 봉사단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주람 동산에 전달할 반찬을 만든다.

회원 모두가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청결과 함께 재료선택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다.

처음에는 주람 동산에 모여 반찬을 만들었지만 코로나 이후 상황이 함께 모이는 것이 어렵게 되자 김 회장은 자택에서 반찬 만들기를 강행했다.

김 회장의 억척스러운 의지 때문에 주람 동산의 장애인들은 맛있는 반찬을 끓이지 않고 기증받을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주람 동산의 가족들을 보면 하나같이 보배처럼 느껴진다”며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회원들과 함께 구슬땀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람 동산의 가족은 30여명으로 어울림 봉사단의 반찬 봉사는 큰 힘이 된다.

연말연시 삭막해져 가는 요즘, 어울림 봉사단처럼 구슬땀을 자양분 삼아 봉사활동을 펼치는 천사들의 날갯짓에 세상은 아직 훈훈하다.

/파주=김은섭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