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16일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의 시행을 앞두고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문제는, 분산법이 현행 원거리 전기공급체계를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체계로 개편해 나간다는 거시적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용역으로 인해 수도권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곁가지만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누적적자 45조원에 이르는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 해소의 한 방편으로 수도권 전기요금을 올리려는 편법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기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공급은 충청과 강원, 영호남의 해안 주변을 중심으로 세워진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해 대규모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과 대도시권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전국 전력계통도를 보면 수도권을 향해 345㎸, 765㎸ 송전망이 그물처럼 설치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밀양 송전탑 갈등처럼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빚어졌다. 분산법은 대규모 송전망을 회피하는 동시에 지역 내에서 에너지 공급체계를 혁신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분산법이 전기요금을 차등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둔 이유는 지역별 전력자립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발전소와 송전시설이 매우 불균형하게 배치되어온 산업화 역사를 무시하고 당장 자급률 낮은 지역의 요금을 올리게 되면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예컨대 부산, 인천, 충남, 경북의 자립률은 200%가 넘는 데 반해 서울은 8%, 경기는 60% 수준이어서 서울과 경기의 전기요금만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이런 식으로 차등요금제를 부과하는 것은 분산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분산법은 다양한 분산에너지 사업모델을 상정하고 있다. 산자부는 차등요금제를 서두를 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법이 목표로 하는 에너지 분산을 통한 국토 균형발전을 염두에 둔 거시적 정책조정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분산법이 전기요금인상법으로 각인되는 일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