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7일부터 적용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정부, 미루기 움직임

도내 시민사회·노동단체 반발
“대다수 사망은 작은 현장서
사유·대안 등 분명히 내놔야”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 적용을 유예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경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기존에 적용된 100인 이상 사업장보다 더욱 많은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만큼, 사실상 위기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16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범위 확대를 유예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4회 국무회의에서 직접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조금 더 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자 안전이 중요하다면서도, 고금리·고물가 등 현 여건 속에서 '처벌만은 능사가 아니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앞서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도 국회에 시행 유예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등이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자를 처벌(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하는 게 핵심 내용으로, 지난 2022년 1월 27일 시행했다.

시행 당시에는 '50인 이상'을 우선 적용했다. 50명의 상시 노동자가 안 되는 사업장은 관련 비용 투입 등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포일인 2021년 1월 26일부터 3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이에 내달 27일부터는 5명 미만을 제외한 전 사업장이 법을 적용받게 된다.

산업현장이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는 산재사고 역시 가장 많은 곳으로 구분된다.

2018년 236명, 2019년 216명, 2020년 235명, 2021년 221명, 2022년 256명 등 한해 2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재로 인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매년 75%에서 최대 78% 비율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도내 시민사회·노동단체는 그동안 '책임성 부여' 측면에서 적용 사업장을 넓혀야 사고가 근절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유병욱 경기도경실련협의회 사무국장은 “대통령 의견은 무게가 있는 것인데, 법 확대가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도 없이 한쪽에 치우쳐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기업의 고충도 있겠으나, 노동자들의 생명이 달려있는 법이다. 유예를 한다고 하면 충분한 사유와 그에 따라 각 부처가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대안을 분명히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승하 일하는2030 대표는 “법 취지부터 되돌아 돌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기업 등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에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이라며 “책임 주체가 분명한데, 그 주체들의 사정을 이유로 하지 말자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간은 이미 충분히 줬다. 대다수 노동자 사망이 작은 현장에서 벌어졌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기한다는 건 당리당략이나 정부의 이익하고 저울질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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