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서울 예술의 전당서 3월 24일까지
핑거페인팅 기법…섬세하게 표현

손에 느끼는 촉감으로 영감 얻어
델레이브 패밀리, 대형 오브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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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아야코 록카쿠:꿈꾸는 손’ 전경.

동그랗게 질끈 묶어 맨 머리, 쏟아질 듯 커다란 눈망울, 당차게 뻗은 소녀의 걸음을 축복하듯 알록달록 물들인 캔버스. 그녀의 손을 스치면 잊고 있던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순수한 '행복'이 탄생한다.

아시아의 작은 거인,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의 작품이 한국에 상륙했다.

손에 직접 물감을 묻혀 골판지, 캔버스 등 화면에 칠하는 '핑거 페인팅(finger painting)' 기법으로 그리는 그의 그림은 투박하지만 섬세하고 따뜻하며,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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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아야코 록카쿠:꿈꾸는 손’의 첫 번째 섹션 ‘맨발의 소녀’ 전경.

1982년 일본 치바현에서 여섯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아야코 록카쿠는 스무살이 된 2002년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뉴욕에서 폴 잭슨 폴록, 사이 트웜블리, 장 미쉘 바스키아의 작품을 보고 마치 모르고 지냈던 가족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즈음 우연한 계기로 손에 직접 물감을 묻혀 옮기는 일련의 작업 방법을 찾아낸 그는 세계적인 현대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자회사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 스카우트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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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아야코 록카쿠:꿈꾸는 손’에 전시 중인 ‘무제(Untitled)’.

아야코는 손이 직접 페인트에 닿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느낄 정도로 '촉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전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며 머리 대신 손을 통해 생각하거나, 손이 표면에 닿을 때 생기는 마찰, 열기 등 손에 느껴지는 촉감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 130점은 이렇게 그의 손이 직접 훑어간 아름다운 흔적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야코 록카쿠와 오랜 우정을 나눈 델레이브 패밀리가 2006년부터 수집한 작가의 초기 작품과 3m가 넘는 대형 오브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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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아야코 록카쿠:꿈꾸는 손’의 다섯 번째 섹션 ‘봄의 시작’에 전시 중인 로열 델프트 협업 도자기.

전시는 인트로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으로 '맨발의 소녀', '꿈꾸는 손가락', '넓은 세상으로', '나의 친구들', '봄의 시작', '델리이브 패밀리' 등 모두 6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세션에선 2006년 제작된 '무제(Untitled)'를 포함해 작가가 그림을 시작한 스무살 무렵의 초기작들과 골판지에, 빈 접시와 캔버스에 다양한 크기로 그려진 아야코 록카쿠의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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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아야코 록카쿠:꿈꾸는 손’의 스페셜 섹션 ‘델레이브 패밀리 소장품’ 전경.

작품들에선 아야코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다양한 '소녀'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특히 그와 각별한 우정을 나눴던 아트 디렉터 니코 델레이브의 소장품에서는 아야코와 니코의 오랜 관계를 느낄 수 있으며, 아야코가 니코의 암스테르담 스튜디오에서 지낼 때 그의 가족들을 위해 남긴 다양한 콜라보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도쿄의 음악 레이블 '콘트라리드(contrarede)'와 협업해 만든 애니메이션 영상과 230cm 높이의 대형 오브제 '고스트 래빗 두 마리와 함께 있는 조각(Sculpture with two ghost rabbits)', 2020년 2m 원형 캔버스에 그린 '무제(Untitled)' 등 희귀작들도 만나볼 수 있다. 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아야코 록카쿠의 전시는 오는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으며, 관람료는 성인 2만원이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