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 박태우役 배우 김지훈

악행 이후 가책 없는 사이코패스 역할
데뷔 22년차, 연기 갈증 끊임없이 느껴
“내 자신 채찍질 해 좋은 모습 보이겠다”

“저는 사실 다 잘할 수 있는데, 코미디나 멜로에 저를 연결하는 분이 많이 없네요.”

배우 김지훈이 '섹시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제대로 증명하는 중이다. '주말드라마 황태자'이자 '실장님'으로 각인돼 있던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고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악역이지만 그의 연기는 어딘가 모르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최근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를 통해 사이코패스 살인마 박태우로 돌아온 김지훈은 “이야기 자체가 너무 흥미진진하고 가지고 있는 메시지도 감동적이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매력적이었다”며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박태우가) 서사가 부족하다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그려진 장면들이 잘만 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악역으로 만들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은 데뷔 10여년만에 고착돼 있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며 자연스레 쌓였다. 그동안 부드럽고 젠틀한, 선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익숙했다면, tvN 드라마 '악의 꽃'을 기점으로 '장발'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거칠고 퇴폐미 넘치는 강렬한 캐릭터들을 만나게 됐다.

▲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 스틸 컷.
▲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 스틸 컷.

'이재, 곧'에서도 그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는 태강그룹의 장남이자 모두에게 존경받는 CEO지만, 화려한 이면엔 악행을 저지르고도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는 사이코패스 '박태우'를 연기했다.

대본상 악역 박태우에게 주어진 서사는 야박했지만, 스크린에 표현되지 않는 서사는 배우가 직접 채워나갔다.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지훈은 “현실로 인물을 만들어내 시청자들에게 실체감 있게 느껴지게 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설득력 있게 어필 할 수 있도록 캐릭터가 하는 행동과 말에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에 적극적인 서사를 부여하듯,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선입견'에도 적극적으로 부딪힌다. 김지훈은 “제가 가지고 있던 저에 대한 선입견들을 저도 잘 알고 있었고, (악역이) 그런 선입견을 깰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저의 악역에 대해 관심 있게 봐주신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 못 본 분들도 많고, 완전히 다 깬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저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악역을 통해 사람들의 상상을 깰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진짜 연습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번 그걸 극복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미지 각인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깨는 재미가 더 있을 거 같다”며 “늘 모든 캐릭터에 오픈돼 있다. 사람들이 저에게 아직도 '예전엔 선한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또 악역인데' 정도로 생각할 뿐, 저는 사실 다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데뷔 22년차를 맞은 지금도 좋은 연기에 대한 '갈증'을 끊임없이 느낀다는 그는 “예전부터 주말 드라마 주인공도 했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 계속 자신을 채찍질해 이제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워서 일주일을 알차게 보내고, 한 달 한 달 채워 한 해를 의미 있게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