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발표한 지난해 31개 시군 대상 공중화장실 비상벨 설치 유지관리 실태 점검 결과는 분노 그 자체다. 239건의 부적합 사례를 적발했고 운영 실태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목소리 100㏈ 초과에도 미작동하거나 '살려주세요'를 외쳐도 무응답한 곳이 있었는가 하면 비상벨을 눌렀는데 엉뚱한 지역 경찰서로 연결된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공중화장실 비상벨은 긴급상황 발생 시 해당 기관에 위급함을 알리는 유일한 생명줄이다. 여자 화장실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해서 위급상황이 발생하고 비상벨 버튼을 누르거나 '살려주세요'와 같은 특정 단어가 인식될 경우 강력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외부에 설치된 경광등이 점멸되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경찰서 112상황실에 연결돼 음성통화를 통해 상황을 파악, 즉각적으로 범죄나 안전사고에 대응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이 대다수 먹통이라는 것이다. 위급상황 발생 시 구조요청을 위해 설치된 경기도 내 공중화장실 비상벨 대부분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전시행정도 이쯤 되면 수상감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는 총 1만9286건이나 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4224건에서 2019년 4528건으로 늘었다. 코로나 여파로 2020년은 3852건, 2021년은 3154건으로 줄어드는 듯했으나 2022년 3528건으로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자 화장실 내 범죄유형도 몰카 등 성범죄를 넘어 잔인성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2016년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2019년에는 고양시 상가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30대 여성이 처음 보는 남자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고, 2022년 신당역 화장실에선 여성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도 일어났다.

현재 공중 화장실 내 비상벨 설치는 법규로 규정한 의무 사항이다. 그럼에도 기존 설치 비상벨의 관리 소홀과 신규 설치 미이행은 행정기관의 직무 유기나 다름없다. 도내 각 지자체는 좀 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다시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