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총장님! 대학의 고객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학을 방문하면 던지는 질문이다. 대개 “학생이지요”라고 답한다.

새해를 시작하며 자문자답하는 질문이 있다.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경영학의 세계적 대가인 피터 드러커 경영 컨설팅의 핵심 질문이다. <세계 최고 리더들의 인생을 바꾼 최고의 질문>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책 제목의 5가지 질문 중 첫 부분이다. 순서대로 미션은 무엇인가(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고객은 누구인가(만족하게 해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고객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로 이어진다. 많은 조직이 이 질문에 답변이 서툴다.

조직 리더들은 반드시 이 질문에 답하면 사업의 본질 중심 발상과 집중의 효과를 본다. 필자도 다양한 직업과 조직 활동을 하며 반드시 되짚어 본다. 특히 매년 200여명의 대학 졸업생을 선발하여 1년간 김우중 사관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훈련해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 투입하는 특화 과정을 운영한다. 스스로 고객이 누구인지 묻는다. 그러다 한국 대학생들이 4년간의 대학 생활로 변해온 모습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대학 관계자들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대학에 대입해 세 가지 질문에 답을 달아본다. 대학의 미션, 존재 이유는 '건강한 시민이자 글로벌 경제인으로 키워 배출하는 것'이다. 고객은 학생을 뽑아 쓰는 '사회, 기업, 기관'이다. 출신학교 학생을 뽑지 않으면 고객 만족이 되지 않은 것이니 실패한 경영이다. 고객의 가치 기준은 '경쟁자를 능가하는 전문성, 세계 시민으로서 인간관계, 도덕성을 갖추고 꾸준히 자기 관리하는 삶의 자세의 학습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대학교, 경쟁 대학교와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 총장을 비롯한 대부분 관계자는 고객을 '학생'이라고 한다. '고객 만족'을 말하며 사회나 기업은 도외시하고 학생 요구에 맞춘다. 심지어는 학생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 그들이 돈을 내기 때문이다.

기업과 사회생활의 기본은 '역할과 책임'이다. 몸담는 조직이 마주하는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업무 전문성과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기반이다.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며 성장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자면 당연히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기본으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싫어도 해야 할 때가 있으며 내가 극도로 원하는 것도 절제하고 억제해야 한다. 기업 및 사회 조직은 그런 역량이 있다고 판단되면 뽑고 일 잘하면 고객을 만족하게 하는 것이다. '전공과 교양'을 중심으로 이런 역량을 배우고 익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역량의 보유 정도에 따라 성적 매겨야 하며 그 자료만으로 판단·선발해도 문제가 없도록 고객이 요구한다.

그런데 고객을 학생으로 정의하니 현장은 일그러진 모습이 된다. 지각(책임감)과 수업 중에 자는(약속 이행) 데도 방치한다. 대리 출석(신뢰성)하는 줄 알면서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 기업의 선발 과정에서 나오는 자격 미달도 허다하다. 자기소개서나 면접 답변을 인터넷에서 찾은 남의 것으로 준비하며 참석한다. 남에게 돈 주고 맡기기도 한다. 면접장에서 인사도 제대로 못 한다. 면접 질문에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토론 면접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고객이 필요하다는 데 학교 강의 시간에 반영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생활 동안 학생이 교수와 학교의 고객이라는 왜곡된 판단으로 자리매김해서 나온 부작용이 크다. 정부나 학교의 교육 행정도 그렇게 인식해 왔다. 제대로 된 고객 인식이 개인의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 확보의 출발점이다.

한 걸음 나가본다. 중고등학교의 고객은 누굴까? 다음 학제가 있으니 대학과 사회, 기업이다. 많은 부모는 본인이 고객인 줄 오해한다. 그래서 교사들을 못살게 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돈을 낸 구매자와 소비자가 다르다. 교사들도 학부모도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