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훈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
▲ 백승훈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저출산보고서를 발표했다. 정확히는 11월 경제전망보고서 내 수록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이란 제목의 논고다. 최근 한국의 중요한 사회문제인 저출산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시나리오를 분석한 점이 흥미롭다. 보고서의 따르면 초저출산의 원인을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압력'과 고용·주거·양육 측면의 '불안'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오는 '불안'이 청년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을 배제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경쟁압력과 불안은 다양한 통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쟁이 취업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심화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극단적으로 줄어들면서 청년들은 취업의 시기를 미루면서까지 대기업, 정규직 취업에 매달리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1.9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1.8배 수준이다. 구직자의 입장에서 대기업의 정규직과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은 극단적인 체감이 된다.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이라는 말에서 이제는 '취업을 준비하는 스펙을 준비하는' 취준준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청년이 느끼는 불안 역시 주거, 고용, 양육, 생활안정, 미래에 대한 불안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청년이 사회진출이 늦어지고 결혼과 출산을 배제하는 원인이 된다.

한국은행의 보고서를 접하면서 완성도 높은 청년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경쟁을 완화하고 불안을 해소할만한 청년정책이 인구문제에 유의미하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왜 청년인가?'라는 질문에 다양한 답변을 할 수 있겠지만 이번 한국은행의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측면에서도 입증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청년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아 한다는 것이 단순히 미래세대라는 당위성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극단적 인구문제의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을 곱씹다 보니 청년정책에 대해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라는 한계적 정의를 넘어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고용, 주거, 양육, 연금, 수도권 과밀화 해소 등 모든 것이 청년정책이다', '청년정책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다. 그간 청년정책에서는 예산갈등, 세대갈등 등이 항상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1등이지만 기성세대가 심각성을 느끼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는 한반도 역사상 인구가 가장 많은 시기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선 교육현장과 아동·청소년 분야에서는 무섭게 체감되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다양한 해결시나리오의 목적을 저출산의 '해결'이 아닌 '연착륙'으로 표현하였다. 한국은행의 이 표현은 '이미 늦었다'로 풀이되어 가슴이 철렁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무엇이든지',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청년정책 역시 이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정책을 좁은 의미로 한정한다면 의견의 차이나 세대갈등 차원에서 보일 수 있으나 우리 사회를 위한 보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시급함과 절실함이 모든 세대에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승훈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