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가칭)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 '언론자유화' 정책을 새 당의 1호 정책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올해 들어 연일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국가 주도의 방송 재허가·재승인 방식 개선, 공영방송 등 언론의 자율성 보장 등 언론정책 메시지를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정당의 출현은 이같이 변별력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지도자 간의 애증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무리는 붕당일지언정 정당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국회 5선의 중진 이상민 의원이 8일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다선 의원도 당적을 바꿀 자유가 있다. 이 의원이 정치적 변심을 결심하기까지 깊은 고뇌와 번민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두 거대정당은 차별성이 없는 보수정당일 뿐이라고 싸잡아 비난받는 경우도 많지만 세부 노선과 정책을 검토해보면 뚜렷이 다른 명분과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정당들이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에는 차별금지법에 동의하는 의원이 많고, 국민의힘에는 반대하는 의원이 많다. 이 의원은 5선 경력을 쌓는 동안 장애인과 성소수자 권리 옹호에 앞장서왔다.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동의로 입장을 선회한 것인지, 이 의원이 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에서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이제야 받아들인 것인지 궁금하다. 이 의원이 의정활동과 정당활동 과정에서 추구했던 목표들을 급격히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도 국민에게 내놓아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올해 총선을 앞두고 유난히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심하다. 야당 대표와 국무총리를 지낸 정치인도 곧 신당 창당을 발표할 것이라 한다. 신당이 많이 생기는 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기존 정당과 어떤 정책, 어떤 지향이 다른지 선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제시해야 한다. 한국 정치가 국민의 삶과 겉돌게 된 이유 가운데는 공천과 당선을 위해 '포장지'만 바꾸는 정치꾼들의 책임이 작지 않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원칙 있는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