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다가오는 총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결이라고 평가받은 대선의 연장전이며, 여야가 모두 분열해서 치르는 선거라서 예측하기 힘들다. 이번 총선은 결과에 따라 민주화 이행의 87년 체제가 해체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거대 양당 체제의 균열과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기의 양상이 정치권의 분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에는 세 가지 과제가 있다.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하고, 구태를 벗어던지고 쇄신해야 하며, 이준석 신당의 돌풍을 잠재워야 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을 숙주 삼아 국민 위에 군림해 온 운동권 정치인들을 청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정권 심판론이라는 프레임에 저항해 운동권 이권 카르텔 심판론을 내세운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사건, 이낙연 신당의 출현, 당대표 흉기 피습이란 돌발 변수까지 발생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도 민주당은 혁신의 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의 실정과 약점 공격에 편승해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강성 지지층만으로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와 정권 심판론이 강세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86운동권의 위선과 무능, 부패에 대한 피로와 실망감이 누적돼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미 60대 노년층에 접어들었으며, 전과자가 많아 부도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야당이기에 지역 발전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민주당 의원들을 선택했을 때 과연 이득이 될까, 회의감이 들 수 있다.

총선의 승부를 결정하는 건 중도다. 중도의 특징은 고정된 표심이 아니라, 왔다 갔다 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라는 점이다. 어디에 얽매여 있지 않아 1번 찍었다가 2번 찍고, 2번 찍었다가 3번도 찍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안별로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실리를 중시하고, 2030 세대가 주류다. 이런 중도 무당파가 30%를 넘었다. 이들이 다수를 점하는 정치 지형이 제3당의 출현을 불러온 것이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과 행동을 읽어야 한다. 중도의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민생 대책을 제시하고, 도덕성을 갖춘 유능한 인물을 총선 무대에 올려야 한다. 정치 불신과 혐오가 중도 무당층을 거대한 세력으로 키웠다. 한국의 무당층은 많고 탄탄하다. 규모가 크면서도 적극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이들을 간과하면 절대로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 중도 유권자들에게 어떤 메시지와 정책, 새로운 인물을 보여줄 것인지에 따라 각 당의 승패가 갈린다.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