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구 남동세무회계 대표
▲전성구 남동세무회계 대표

보통 네명씩은 낳았던 시절, 인구가 많아 나라 망한다면서 '둘 만 낳아 잘 기르자', '한 명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구호들이 넘쳐났다.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도 면제해주는 웃지 못할 정책까지 시행되기도 했다. 지금은 반대 상황이 되었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별반 효과는 없다. '낳기만 하면 무조건 국가에서 키워준다'고 해야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육아시간, 육아비용 부담을 없애는 건 기본이고 아이를 낳으면 낳지 않을 때보다 삶에 여유가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세금 측면에서의 파격적인 지원도 도움될 수 있다.

현 세금제도를 보면, 출산·입양 시 첫째 아이 30만원부터 셋째 이상인 경우 70만원까지 세금공제를 한다. 산후조리원 의료비도 200만원까지 세금 혜택이 있고 난임시술비도 일정 금액 초과 시 30%를 세금에서 공제한다. 양육 과정에서도 8세 이상 20세 이하 자녀는 매년 1명당 15만원, 3명이 넘으면 인당 30만원씩 세액공제를 한다. 교육비의 경우 고등학생까지는 1인당 연간 300만원, 대학생 900만원 한도로 15%를 세액공제한다. 육아휴직 기간에 받는 통상임금과 자녀 출산 및 양육수당에 대한 비과세도 있다. 연소득 4000만원 미만 가구에겐 자녀 1인당 최대 80만원까지 자녀장려금을 지급한다.

그렇지만 이 정도만으로는 출산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11월 국회예산정책처의 '중·장기 재정현안분석 인구위기 대응전략'을 보면, 프랑스는 가구소득 전체를 합산, 이를 가구원수로 나눈 금액에 대해 세율을 적용하고 그 금액에 가구원수를 곱하여 세금을 산정한다. 자녀가 많을수록 과세표준이 더 낮아져서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방식이다. 독일은 자녀양육 세금공제를 연간 8388유로까지 받을 수 있다. 원화로 계산하면 약 1200만 원정도다. 스웨덴은 가사도우미나 보모 고용 시 인건비의 50%에 대해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 이어 저출산 2위국인 이탈리아는 자녀 둘 이상을 둔 부부에게는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대책을 추진 중이다. 헝가리는 네 자녀를 낳은 여성은 평생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한편, 러시아는 1941년에 소련에서 시행했던 무자녀세금 제도를 다시 도입하자는 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에는 징벌성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는 출산율을 높이려고 과감한 세제 조처를 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결혼, 출산, 양육지원을 세법개정 기본방향으로 발표하여 올해부터 몇 가지 제도가 개정되었다. 먼저, 혼인 전후 2년 내 또는 출산 후 2년 내에 1억원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증여세를 내지 않도록 하였다. 기존 5000만원 증여 비과세까지 고려하면 부부 합산 최대 3억원까지 증여받아도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자녀장려금 지급대상이 가구당 소득 7000만원 미만으로 조정되면서 지급액도 1인당 최대 100만원으로 인상되었다. 출산·양육수당 비과세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되었고 산후조리비용 공제대상자도 총급여 7000만원이하 요건이 폐지되었다. 아무리 어려운 재정형편을 참작하더라도 세법개정의 기본방향에 포함한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고 아쉽다.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한다고 우려했다. 세계 1위 저출산국으로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될 현실을 생각한다면 더 획기적이고 더 신속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재정수입은 약 537조원인데 이 중에서 혼인, 출산 인원이 많은 30대 남녀 직장인이 내는 세금은 약 9조원이다. 이런저런 단편적인 세금지원보다는 아이를 낳으면 이 정도의 세금은 몇 년간 면제해주겠다는 파격을 국가에서 감당하는 것은 어떨까.

/전성구 남동세무회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