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명호 평택대학교 교수.
▲ 차명호 평택대학교 교수.

2024년이 시작되었다. 새해를 행복하게 살아가길 소망하는 시간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담담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바라보며 자신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에 대답하기 위해 행복과 불행의 근원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인간이 삶에서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은 개인이 세 가지 삶을 동시에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첫 번째 삶은 객관적 삶이다. 인간은 자연과학적 지식을 발견하고 학습하여 살아간다. 선대는 자신이 성취한 것을 언어로 기록하여 후대에 남긴다. 후대는 이를 학습하며 살아간다. 이것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어왔지만 모든 사람을 위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인간의 두 번째 삶은 사회적 사건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의도하지 않게 지구에 태어나고, 특정 부모의 유전자를 받고 살아가며, 특정 국가에 속해 그 나라의 말을 배우며 살아간다. 이것은 누가 일부러 계획해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근본이 된다.

인간의 세 번째 삶은 주관적 삶이다. 개인이 삶을 살아내면서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내적 삶이다. 인간은 자기의 삶을 살아내는 동안에 자신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기억하여 하나의 지식 틀로 만들어 기억에 저장하고 산다. 그리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삶을 평가하고 설명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행복과 고뇌는 이 세 가지 삶의 일치 여부에 달려있다. 세상의 지식과 자신이 속한 사회 그리고 개인의 경험이 일치하면 인간은 어떤 조건 속에서도 행복을 느낀다. 반면에 이 세 가지가 불 일치하면 사람은 불행을 느낀다.

이 가운데 한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관적 삶이다. 주관적 삶은 외적 지식이나 사회적 압력으로는 변화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에 관여하는 것은 개인적 경험의 기억인데, 이 기억은 자기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한 누구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기억은 사람을 특정한 시간에 멈추고 머물게 만드는 행위이다. 행복한 것을 계속 경험하고 싶거나 불행을 피하고자 나쁜 일을 떠올리는 것은 모두 사람을 특정 시간에 묶어 놓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속상하고, 나쁜 일이 일어나면 떨칠 수가 없다. 마치 끝없이 산 정상으로 돌을 굴리는 시시포스처럼 반복되는 기억의 틀에 갇히게 된다.

이러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스스로 행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끝없이 되어가고 있는 존재(becoming)임을 깨닫는 것이다. 이를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기억에 사로잡혀 멈춘 삶의 시간-경험-을 다시 흐르도록 만들 수 있다. '되어감'은 과거의 문법이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곳이자 멈춘 기억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자유로워지고 마침내 자기로 존재하게 된다.

2024년에는 '되어가는 나'가 되어봄이 어떤가? 과거 기억과 미래 예측의 불안 사이에 떨면서 움츠리고 살기보다는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가는가를 살펴보고 향유하는 삶을 산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는 위치게 서게 될 것이다.

/차명호 평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