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스투파의 숲'
국내 첫 남인도 미술전 4월 14일까지
인도·영국 등 4개국 소장품 97점 선봬
불타는 기둥, 석가모니 이룬 기적 의미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인도 남쪽 자연 속 신비로운 정령과 다양한 생명,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품은 '스투파의 숲'이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개최 중인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는 국내 최초로 남인도 미술을 소개하는 기획전이다.

지난해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렸던 '나무와 뱀: 인도의 초기 불교미술'(Tree & Serpent: Early Buddhist Art in India)전을 재구성해, 인도, 영국, 독일, 미국 등 4개국 18기관의 소장품 97점을 선보이는 중이다.

▲ 국립중앙박물관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개최 중인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특별기획전 전경.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승려의 사리를 모신 탑을 뜻하는 '스투파'와 스투파를 둘러싼 장식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경 인도 중남부 데칸고원의 사타바하나 왕조 등을 배경으로 한 스투파에는 생명력 넘치는 풍요로운 자연과 생명의 상징이 곳곳에 새겨지며 '신비의 숲'을 이룬다.

석가모니의 고향인 북인도와는 기후도 풍습도 다른 남인도엔 뒤늦게서야 불교가 전파됐지만, 남인도만의 활기찬 배경과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지며 생명력 가득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와 커다란 그릇을 받쳐 든 약샤.
▲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와 커다란 그릇을 받쳐 든 약샤.

스투파 조각 장식에 물속에 사는 전설의 동물 마카라나 자연의 정령을 의인화한 약샤(약시),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의미하는 연꽃 넝쿨 등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풍요의 상징인 '락슈미' 신이 연꽃을 든 채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존재로 묘사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스투파는 석가모니의 모든 이야기를 담는 만큼, 석가모니 없이도 그를 상징하는 장식들이 새겨지기도 한다.

보리수 아래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자리를 나타내는 좌대나 태양처럼 영원히 빛날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수레바퀴, 그런 바퀴 무늬가 새겨진 발자국 등이다.

▲ ‘불타는 기둥을 향한 경배’.

그중에서도 불타는 기둥은 남인도에서만 드물게 보이는 상징으로, 석가모니가 이룬 기적을 뜻한다.

남인도 사람들의 상상력은 석가모니가 샤카족의 왕자로 태어나 깨달음을 얻기 이전, 셀 수 없이 많은 이전 생애를 겪어온 스토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스투파 속에 장식된 석가모니의 전생은 본생담(本生譚)으로 불리며 재미와 교훈을 주기도 한다.

▲ '마카라×사자 그리고 석가모니의 탄생이야기'와 '마카라×코끼리, 그리고 석가모니의 성도 이야기'
▲ '마카라×사자 그리고 석가모니의 탄생이야기'와 '마카라×코끼리, 그리고 석가모니의 성도 이야기'

이밖에도 기원전 3세기 인도 전역에 불교를 전한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이 북부 갠지스강 유역의 스투파에서 석가모니의 사리를 꺼내 8만4000개의 스투파에 나눠 안치할 때 넣었던 보석과 북인도 피프라와 스투파에서 출토된 사리, 21세기에 새로 등장한 스투파 '파니기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 피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
▲ 피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

발굴 이후 처음으로 인도 밖을 나온 유물들을 상당수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월 14일까지 진행되며, 자세한 사항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