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이 숨지고, 아내는 중상을 입었다. 불이 나자 다른 가족은 대피했으나 거동이 불편했던 이 남성은 끝내 숨졌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 23층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한 사람은 갓난아기 자녀를 안고 4층에서 뛰어내렸다가 목숨을 잃었고, 10층에 살던 또 다른 30대도 대피 중 연기 흡입으로 숨졌다. 수원에서도 27일과 29일 권선구와 영통구 아파트 화재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경각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화재 소식이 잇따르지만 아파트화재를 비롯한 공동주거시설 화재점검과 대피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아파트마다 방화문 개방금지와 화재 발생 시 대피요령을 주민들에게 긴급하게 알리고는 있지만, 일반시민이 갑자기 당황스러운 사태가 발생했을 때 침착하게 대응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소방당국과 지자체, 아파트관리사무소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인명피해를 막을 훈련을 어떻게 숙지시킬 것인지 더 고민을 거듭해주기 바란다.

경기도는 인구와 아파트 수가 전국 최고여서 화재로 인한 피해도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소방청의 2013~2022년 화재통계를 보면 경기도에서 707명이 숨졌다. 서울 사망자 372명의 갑절에 가깝다. 재산피해도 경기도는 3조89억원으로, 2위인 경북 5853억원의 4배가 넘는다. 경기도 아파트 화재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668건이었으나, 2023년엔 775건으로 100건 이상 많아졌다.

불이 나고 난 다음에 대피하는 요령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철저한 소방점검이 먼저라고 본다. 예산 등의 문제가 없지 않겠으나 지금이 불시 비상점검을 시행할 적기일 터이다. 전수 점검이 불가능하다면 취약점이 드러났던 곳을 점검하고, 다른 아파트는 관리사무소 자율점검을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 봄직하다. 노약자를 중심으로 대피 모의 훈련을 갖는 것도 좋다고 본다. 공동주택 화재보험 보장 강화 등 사후처리도 이참에 대폭 손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