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새해 벽두에 정치 테러를 당했다. 지난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대화하던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로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라는 소식이긴 하지만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던 충격적인 사건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도 정치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사건은 제1당 대표를 향한 정치 테러에 그치질 않는다. 오랜 세월 피눈물로 지켜온 한국 민주주의를 향한 테러이며 동시에 국민에 대한 폭력적 도발이다. 진상 규명은 물론 일벌백계로 처벌함이 마땅하다.

한국 정치에서 정치 테러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엔 권력에 의한 정치 테러가 비일비재했으며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세월을 이겨내고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정치 테러는 끝나질 않았다. 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가 피습된 것만 벌써 세 번째다. 2006년 6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커터칼 테러를 당해 60여 바늘을 꿰맸다. 2022년 3월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망치 테러를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후진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정당 대표에 대한 테러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백주에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쉬 믿기지 않는다.

현재 경찰이 60대 남성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기에 자세한 경위나 배경 등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 정치가 양당 중심의 극단적 진영 대결 구도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대화는 없고 대결이 일상이다. 눈만 뜨면 비난과 공세, 적대와 음해가 난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회는 사실상 '정치적 내전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들만의 '적대적 공생관계'이며 전형적인 '정치 카르텔'의 모습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정치가 제자리를 지킬 수 없다. 따라서 정치의 실종은 이미 오래전 일이며, 민생 현안은 말도 꺼내기 어렵다.

국민은 양극단의 정치행태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편 가르기와 프레임의 덫에 걸려들기 일쑤다. 기호1·2번 간의 무한 난투극을 보며 어느 한쪽을 옹호하거나 저주하며 정치적 편향에 빠져든다. 온통 내 편이냐, 네 편이냐의 싸움판이다. 심지어 언론과 방송은 수시로 그들의 대리전을 생중계한다. 최근엔 유튜브와 SNS 등이 이런 편향을 더 극대화한다. 합리와 상식, 옳고 그름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저주와 분노, 적대와 대결의 감정을 끊임없이 촉발한다. 자칫 누구라도 행동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딜 가든 광기가 한국 정치를 에워싸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번 정치 테러는 진행형이요, 어쩌면 더 비극적인 사태를 예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 더 깊게 성찰할 대목이다.

▲ 박상병 시사평론가
▲ 박상병 시사평론가

 

/박상병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