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영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
▲ 정진영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

 

인구 600만 명의 국제도시 싱가포르는 매년 18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다른 글로벌도시 또한 인구의 몇 배나 되는 수천만 명이 방문하는데 이는 곧 글로벌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어야 함을 의미이다. 소비 유입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와 함께 관광객들과 주민 간 문화적 교류는 도시의 새로운 매력으로 이어져 호감과 함께 재방문율을 높인다. 관광의 본질은 단순히 놀고먹고 소비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는 인적 교류이자 경험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구 300만 명 인천은 어떨까? 인천공항을 통해 방한하는 해외관광객 1000만 명, 그리고 환승객 700만 명을 합치면 17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잠재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방문객은 한 해 약 150만 명 수준이다. 인천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가장 먼저 인천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흔히 인천은 관광자원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에서부터 168개의 섬과 갯벌, 문화유산을 간직한 원도심은 물론 이국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송도국제도시까지 인천은 수백 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직소 퍼즐과 같이 숨은 매력을 지닌 곳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퍼즐도 제대로 못 맞추면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이 되고 말 듯이, 다양한 모습을 모두 보여주려 하다 보면 딱 떠오르는 얼굴이 없어질 수 있다. 핵심에 집중하여 뚜렷하고 분명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내항 상상플랫폼 프로젝트가 이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롭게 탄생할 공간이 그저 흔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아닌,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아주 특색있고 독특한 콘텐츠로 채워져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은 근대 역사와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산업과 관광, 문화와 레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싱가포르강 좌우에 있는 클락키와 보트키는 무역 창고 등의 역사적인 건물들을 개조하고 복합문화공간을 구성하여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사례가 되었다.

최근 개장한 영종도 복합리조트 또한 기대가 높다. 엔터테인먼트업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보면 분명 인천 관광의 새로운 이미지 메이커이자 앵커시설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이 보인다. 다만 이런 시설이 더욱 빛날 수 있으려면 주변 지역경제와의 연계협력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또한, 인천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관점에서 더욱 거시적인 관광정책이 필요하다. 해외관광객 유치의 경우 서울, 경기도와 초광역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도쿄의 유명 관광지인 도쿄디즈니랜드는 도쿄가 아닌 지바현에 있으며, 타이베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예스진지(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 또한 우리의 경기도, 인천에 해당하는 신베이시에 있다. 여행할 때 행정구역을 따지는 관광객은 아무도 없다. 인천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해외관광객 여정이 서울, 경기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계를 따지기보다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속가능성, 기후변화, 포용성 등 글로벌 가치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부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관광이 아니라 지역 각계각층이 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관광,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관광은 모두 글로벌관광도시들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부분이다. 최근 개정된 관광 약자를 위한 조례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인천이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포용하는 '열린'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진영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