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영 미디어 교육 전문 강사
▲ 장소영 콘텐츠 칼럼니스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오랜만에 밤새며 단숨에 본 드라마가 있다.

실제 정신병동 간호사였던 이라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웹툰을 드라마화한 동명의 넷플릭스 시리즈다.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을 메인으로 정신병동에서 만나는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담아낸 드라마이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의 심리 상태를 물에 잠식되어 가는 절박한 모습으로 시각화한 장면에 크게 공감하며, 정신질환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극 중 정신병동 수간호사 송효신(이정은)이 조현병을 앓는 동생 때문에 이사한 아파트에서 짐도 풀지 못한 채 입주민의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는 상황을 보며,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머물며 멈칫했다.

지난해는 유독 '묻지마 범죄', 즉 이상동기범죄 사건이 많았던 해로 기억한다. 선정적인 헤드라인 뉴스에는 피의자의 정신질환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질환에 대한 공격성과 위험성에 대한 보도는 정신질환자가 이웃이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은 정신질환자를 더욱 음지로 숨어들게 하고, 그로 인해 적절한 치료와 회복을 중단하게 만들 수 있다. 선순환에 앞장서야 하는 언론이 악순환을 이끄는 셈이다.

'우리는 모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경계인들이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

정신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 중 하나고, 그 대상이 나와 내 가족, 내 가까운 이웃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파동이 되어 마음에 오래도록 울림을 주었다.

언론이든 드라마든 미디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을 재현한다. 그것을 통해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는 것은 미디어 이용자의 몫이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할 때, 우리의 뇌는 자동화된 시스템과 비자동화된 시스템, 두 개의 시나리오로 움직인다. 자동화 시스템은 본능과 직관, 즉각적인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비자동화 시스템은 이성과 논리로 움직이는 깊은 생각을 말한다. 두 개의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존의 배경지식과 습관이 된 경험을 작동하는 데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치 않다. 치킨 하면 맥주가 떠오르고,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파전에 막걸리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익숙하지 않은 생각과 행동으로 작동되는 비자동화된 작업을 처리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뇌의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일을 선호하고,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바람직한 방법은 기존이 방식을 넘어서 익숙하지 않은 단계의 경험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느리지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깊은 생각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존에 습득한 정보를 토대로 어림짐작하여 재빨리 판단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를 심리학에서 휴리스틱(heuristics)이라 한다. 자신이 살아온 배경과 습득한 인지 자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판단을 도출하는 것이다. 기존의 인지 배경을 바탕으로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내 말이 맞았지? 예상했던 대로야”라고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힘들이지 않고 편리한 선택이다.

휴리스틱은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 효과적이지만 간혹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미디어를 통해 보았던 것 중 나의 가치관에 맞는 내용만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생각한다면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힐 수 있다. 휴리스틱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내 생각과 다른 의견도 고루 참고해야 한다. 몇 가지 정보만을 가지고 너무 쉽게 판단하지 말고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봐야 한다. 다양한 생각을 수용하고 기존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장소영 콘텐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