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전 국회의원
▲ 박상은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전 국회의원

 

신동방 정책은 1969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와 사회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닦아 환영받던 정책이다.

그러나 독일 통일 33년이 흐른 오늘날 사민당은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러시아에 에너지가 편중되고 부를 몰아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자성한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산당 권력 기반을 공고하게 하여준 나쁜 정책이 되고 말았다고 시인하고 있다.

이렇듯 시대정신에 따라 정책의 성과는 180도 바뀌기도 한다.

오늘 한국 사회에 주어진 시대정신은 '국민 화합과 통합'이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중국과 대만 양안의 긴장,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성공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 등으로 북·중·러 대 한·미·일 사이에는 높은 긴장의 파고가 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긴 안목으로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노력을 계속해야만 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얼치기 대북관계 5년, 기울어진 남북관계, 굴종적 대중국 외교, 퍼주기식 복지정책 등을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이긴 하다.

그러나 이제 새 정부 출범 2단계를 맞이하는 윤석열 정부는 분명히 시대정신에 따라 우리의 바른길을 가야 합니다.

한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산업화 세력은 소득이 늘어나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자녀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고 더 좋은 직장에서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 굳게 믿었기에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면서 땀 흘려 일한 세대이다. 그다음은 자연히 평등한 사회가 도래하리라 믿고 그 토양인 자본주의 국가의 기반을 닦았기 때문이다.

민주화 세력은 4·19, 6·3, 3선 개헌 반대, 유신 반대 선배들의 뒤를 이어 이 땅에 직접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갖고 투쟁하며 성장한 세대이다.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감히 기대할 수 없는 자유복지, 더 나아가 평등이라는 사회주의 이념까지도 우리가 품을 수 있는 토양을 산업화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아 성장한 세대이다.

다만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민주화 세력 중 종북좌파 이론에 현혹돼 부정의 흑역사를 긍정의 산 역사로 바꾼 산업화 세력을 매도하고 비방하는, 이로 인해 국론이 분열하고 대립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 많은 민주화 세력 중 거대 야당을 움직이는 중심 세력으로 이들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우리는 그간 '경제'가 문제라는 말들을 많이 해왔다. 분명히 경제는 중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정치'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정치 실종이고, 실종된 정치를 다시 복원시켜 통합과 화합의 한국을 만들어야 길이 보인다. 조선 왕조, 특히 구한말과 일제 식민지의 비루한 역사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오늘날과 같은 분열과 대립의 역사는 늘 되풀이되곤 한다. 일찍이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망한다”고 설파한 바 있다. 잘못된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

/박상은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