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이제 2023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나이가 들며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매년 연말에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는 것이 반복되고, 인생 자체가 지뢰밭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3년은 코로나 펜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는 해로 기억될 줄 알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고,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져 세계정세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돌아보면 좋은 일은 별로 없고, 불안·우울·불확실이 증폭되는 2023년이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지식과 정보가 더 축적된 사회가 되었는데, 왜 위험과 불안이 더 커지고 있는가?

교수신문에서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하였다. 견리망의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 눈이 멀어 사회 정의는 뒷전으로 밀린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견리망의가 아니었던 시기가 있었던가? 그러니 교수들이 현실을 모르는 먹물들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합리적 인간이라면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을 따르겠는가? 대다수 사람은 개인의 이익을 따른다. 그래서 공공선택론에서 정치인, 공직자, 기업가, 일반 시민들은 합리적 행위로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즉, 합리적 정치인은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 자기 지역구 이익을 우선 챙기고, 합리적 공직자는 조직 전체의 이익보다 자기 부서의 이익과 권한을 우선하며, 합리적 기업가는 사회 전체 공익보다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며, 합리적 시민은 무임승차하려는 행태패턴을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견리망의'가 올해 사자성어라고?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세계질서시스템이 잘못되어 전쟁이 계속되고, 환경보호시스템이 고장이 나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정부운영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잼버리대회 파행과 부산 엑스포 선정에서 망신을 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견리망의가 아니라 견리명의(見利命義)를 추구하는 정치인, 공직자, 기업가, 시민들이 상생·공존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2023년은 견리망의보다 첩첩산중이 더 어울리는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첩첩산중! 갈수록 태산이라고 세상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정말 갈수록 태산이다. 2024년에는 이런 부정적 사자성어가 아니라 고진감래, 만사형통과 같은 긍정적 사자성어가 풍미하는 갑진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