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균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첫째, 자식들은 부모의 경제력을 현실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가난했던 부모들은 자식들이 결핍된 삶을 살지 않도록 자신들을 희생하며, 검소하게 줄여 쓰면서 자식들이 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을 통해 자식들은 부족함이나 결핍을 경험하지 못하고 성장해 왔다. 이는 성인이 되어 씀씀이가 커지게 되었을 때 더 큰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둘째, 사회적 인식 또한 이러한 문제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부유해서 자식들에게 돈을 많이 주는 부모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이고 행복한 가정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재벌가의 화려한 삶은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한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과 부모의 희생적인 양육 방식은 자녀들이 적절한 경제관념을 형성하지 못하게 만든다. 자녀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부자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자신 부모의 경제력을 주관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는 평생을 열심히 살아왔지만 드라마 속의 부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녀들은 부모의 경제력을 타인과 비교함에서 멈추지 않고 그 비교를 통해서 자신 부모세대의 삶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적대시하게 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셋째, 부모들의 경제관념 교육 부족도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자식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돈 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너는 돈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 아이들은 경제관념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지 부모가 돈을 주는 사람으로 인식하며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자녀들이 성장한 뒤에 큰돈이 필요하게 되면 적절한 교육의 결핍이 문제로 연결된다.

유대인들은 어려서부터 자녀들에게 실제로 용돈을 받게 하고 돈을 모으는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우리 부모들도 스스로 경제관념을 가지고 자식들이 5세 이상이 되면 대화를 통해서 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돈이 많은 것이 행복의 조건이 아님과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심부름이나 집안일을 도와주며 용돈을 주는 형식으로 돈의 경제관념과 소중함을 일깨워 주면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벌게 되는 돈의 중요성을 깨닫고 훗날을 위해 절약하는 등의 경제관념을 가지게 될 것이다. 특히 자신의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어려서는 다 해주던 부모가 정작 필요한 나이에는 지원을 못 해주는 것이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제력이 부족해서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부모를 존속살인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경제관념 교육은 존속살인 예방의 첫걸음이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돈이 많은 것이 행복의 조건이 아님을 가르치고, 어려서부터 경제관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부유한 부모만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녀들에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부모가 진정한 성공한 부모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김영균 인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