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곤 전 옹진군의원
▲ 홍남곤 전 옹진군의원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이상 지속하고 있고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도 심화하고 있다. 21세기에 전쟁을 치르는 것을 보며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면서도 내 고향 백령도를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게 생각되곤 한다.

백령도는 교통, 의료, 교육, 문화 전반에 걸친 혜택을 누리기가 매우 힘든 서해 최북단 섬이다. 도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은 백령도 사람들의 소망이지만 평범한 일상은커녕 안보위협으로 늘 불안 속에 살아가야 하는 것이 백령도 사람들의 현실이고 삶이다.

한국전쟁이 정전되며 사실상 남북의 휴전이 시작됐지만 기나긴 세월 동안 백령도는 북한의 침략 야욕으로 늘 불안하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초반만 해도 북한의 'An2'기가 백령도 상공을 제집 드나들 듯이 날아다녔다. 북한 전투기가 백령도 상공을 비행할 때마다 동네 어르신들의 말에 따라 아이들은 어둡고 침침한 방공호로 대피해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렇지만 마냥 대피한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남북 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절정의 시기에 백령도 중고등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사격훈련을 받아야 했다. 교련교육의 하나로 남학생은 중3부터, 여학생은 고1부터 M16소총 한 자루씩을 배정받았고 자기보다 큰 총을 둘러메고 1년에 몇 차례씩 실사격 훈련을 받아야 했다. 또 FTX 훈련을 1년에 4~5차례 받을 정도로 현역병들 못지않은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다.

졸음을 참아가며 새벽 4시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훈련을 받으면서도 백령도 소년 소녀들은 묵묵히 훈련에 참여했다. 그렇듯 고단한 군사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줄로만 알았다. 한겨울이면 눈이 무릎까지 쌓여 걷기도 힘든데 두무진 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수 킬로 미터를 행군하며 훈련에 참여했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백령도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단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군사훈련에 참여해 서해 최북단에서 나라를 지켜냈다. 돌아보면 백령도 학생들의 애국심은 참으로 고귀하고 숭고하였다. 백령도의 작은 영웅들이 있었기에 한반도의 평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백령의 작은 영웅들이야말로 강인한 국방을 만들어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서해5도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냈다는 확신을 갖는다. 순박하고 작았지만 마음만큼은 강했던 1970년대 학도호국단 형과 누나들의 땀과 열정에 새삼 박수와 경의를 표하게 되는 요즘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목격하며 평화로울 때 전쟁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쟁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듯이 전쟁을 막기 위해선 국방을 튼튼히 하고 강인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세력 간의 치열한 전투로 민간인까지 피해를 보는 가슴 아픈 현실을 볼 때 한반도의 평화가 더욱 간절히 다가오는 지금이다.

백령도 사람들은 지금도 북한의 무력시위에 맞서 강인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전쟁을 예방하는 길은 온 국민이 똘똘 뭉쳐 강인한 정신과 강력한 국방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최상의 길임을 생각해본다.

/홍남곤 전 옹진군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