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소회와 몇 가지 국정 성과를 언급하면서 “독과점 카르텔과 불공정한 지대 구조를 혁파해 경제적 약자와 서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다양한 이익집단의 독점적 행태를 '카르텔'로 규정하고 그 고리를 깨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성과가 미미할뿐더러 우리 사회는 지금 각종 카르텔이 넘쳐나고 있다. 이제 겨우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고 있을 뿐인데 벌써 구조를 혁파했다느니, 서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느니 하는 발언은 과잉을 넘어 공감하기도 어렵다.

카르텔(Cartel)은 동일 업종 기업들이 이윤증대를 노리고 자유경쟁을 피하기 위한 협정을 맺어 형성되는 시장독점의 연합 형태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 경제부문만 그렇겠는가. 우리 사회 곳곳엔 이와 유사한 독점 연합이 철옹성처럼 먹이사슬을 구축해서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가히 '카르텔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적폐인 카르텔을 철폐하고 국민 개인의 공정하고도 정의로운 경쟁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정치의 본업이다. 그러나 정치는 이미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아니 정치권 그들의 독점 연합, 즉 '정치 카르텔'이야 말로 모든 카르텔의 최정상에 있다. 정치권부터 이러니 다른 부문의 카르텔 얘기는 언감생심이다.

22대 총선을 석 달 남짓 앞두고 있지만 선거구 획정은 아직도 결론이 없다. 국회법 위반이며 거대 양당의 명백한 정치 카르텔이다. 비례대표제 방향도 여태껏 당리당략에 짓눌려 있다. 독점 연합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날만 새면 상대방을 비난하는 적대와 증오의 '진영 대결'은 정치 카르텔의 든든한 동력이다. 그들은 제3지대 정당이 숨 쉴 공간마저 소멸시킨다. 게다가 천문학적 국고보조금을 두 거대 양당이 나눠 먹는 행태는 정치 카르텔의 완결판이다. 어느 쪽도 이러한 독점적 특권 정치를 깨려는 의지가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다. 상대적으로 젊고 스마트해 보인다. 정치권 생리에 찌든 정치꾼이 아니기에 어떤 새로운 기대도 있었다. 그런 한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특권 정치'를 비판했다. 그는 “수십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썼던 영수증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드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며 86그룹을 비난했다. 또 남 탓이요, 교묘하게 본질을 비트는 정치꾼의 언어에 불과하다. 특권 정치는 한 위원장이 몸담은 국민의힘을 빼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이 땅의 수구세력은 그 주류다. 게다가 자신의 뿌리인 검찰을 빼고는 더욱 얘기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그 역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했다. 잠시 생각해 봤던 '새로운 기대'는 또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 박상병 시사평론가
▲ 박상병 시사평론가

/박상병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