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돕기 유난히 좋아해
2000년 이사 오면서 본격적 활동

스스로 동 새마을부녀회장 자처
지역 대소사 물불 안가리고 나서

올해 칠순…열정만큼은 이팔청춘
수십년 헌신·노력, 각종 수상 결실

“기업이 고객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지키듯, 저도 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것뿐이에요.”

이보다 더 정확한 시계가 있을까.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을 위해 매일 아침 6시40분이면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서며 봉사로 하루를 여는 시흥시 정왕 본동의 봉사 여왕 고정애(70·사진) 씨는 수년째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아이 돌봄부터 복지관 무료 급식 조리 보조, 도시락 배달, 병원 서류 정리 및 발송, 장애인 돌봄 등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고 씨의 다이어리 속 일정은 오롯이 '봉사'로만 빼곡하다. 개인 일정을 갖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하루가 전부다. 이마저도 주말에 열리는 지역 행사나 축제 지원으로 내어줄 때가 다반사다.

그는 지난 11월 시흥에서 열린 '월드서프리그 국제서핑대회'에서도 차량 안내 자원봉사자로 맹활약했다. 올해 막 칠순에 접어들었지만, 봉사에 대한 열정만큼은 이팔청춘 못지않은 그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샘솟는 걸까.

고 씨는 그저 “봉사활동을 안 하면 되레 몸이 아프다. 봉사는 나를 살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중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지면서 남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 절약 정신이 몸에 배면서 어려운 이웃에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의 고통에 주목하며 더 가까이 다가가 온 마음을 다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그의 삶 한 부분에 봉사가 스며들었다.

젊은 날 은행원으로 근무했던 고 씨는 결혼 후 전업주부로의 삶을 살면서도 봉사에 대한 간절함이 마음속에 자리했다. 틈나는 대로 의용소방대와 동사무소에서 하는 활동에 동참하며 봉사의 갈증을 해소했다.

2000년, 서울에서 시흥시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봉사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고 씨는 “한 번뿐인 인생, 다른 이들을 위해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스스로 정왕 본동 새마을부녀회장을 자처하면서 지역 대소사에 물불 가리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고, 정왕 지역봉사회를 만들어 구성원들과 그늘진 곳을 살피며 살뜰히 이웃을 챙겼다.

특히 봉사에 전념하면서도 봉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육아 돌봄 교육을 받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공부는 찾아서 하며 봉사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수십 년째 해온 봉사에 대한 그의 진심은 세상에 닿아 많은 이웃에게 웃음과 희망을 전했고, 쉼 없는 헌신과 노력은 시장 상·시의원 상·자원봉사자 상 등 각종 수상의 결실로 세상이 알아주었다.

고 씨는 꾸준히 자기 일을 했을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묻는 말에 고 씨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회적 약자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야말로 언제나 나의 에너지를 샘솟게 한다”라고 밝혔다.

도시락 배달로 만난 홀몸노인이 고 씨의 두 손에 사탕을 꼭 쥐여 주며 고맙다고 했던 날도, 쌍둥이 때부터 돌봐온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돼 제빵사의 꿈을 이루겠다고 찾아와 인사한 날도, 김장김치를 받은 장애인 어르신이 함박웃음을 지은 날도, 그에겐 모두 소중한 일상이자 그를 살아가게 하는 커다란 힘이 돼주고 있다.

사람이 좋아서,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은 더욱 즐거워서, 남다른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한번 시작한 활동에 매달리는 집념은 고 씨를 지역사회에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봉사자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고 씨는 “삶이 다하는 그 날까지 봉사를 지속하는 게 앞으로의 꿈”이라고 말했다.

소외된 곳을 밝히려는 아름다운 그의 꿈이 이뤄지길 응원한다.

/시흥=김신섭기자 ss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