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br>
▲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지구온난화가 촉발한 기후위기로 파국에 대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 원인물질이 되는 온실가스는 인간 활동의 결과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근본적으로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에 맞추는 것이다. 더불어 지구온난화 현상에 적응하는 행동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물'을 생각해본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54일간의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발생했다. 2022년 8월에는 서울 1시간 강수량이 연 강수량의 11%에 달하는 141.5㎜를 기록했다. 또 올해 7월에도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등 극한호우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겨울비가 여름 장마를 연상시키듯 내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기후위기의 여파겠다.

이제는 상식이 되었지만 도시화로 인해 발생하는 가뭄·홍수, 지하수고갈, 하천 건천화, 수질·수생태계 악화 등 도심 물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저영향개발(LID) 기법이 적극적으로 도입됐다. 단적으로 급격한 도시화가 물 문제에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 곧 불투수(不透水) 지표면을 증가시켜서다. 게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기상이변까지 고려하면 높은 수준의 대응방식이 절실하다.

그러니 앞으로도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 구현은 도시를 관리하는 필수 요소일 것이다. 도시가 겪을 수 있는 재해에 대한 대처나 쾌적한 생활환경의 관건은 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물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느냐에 있겠다. 미세먼지 저감, 열섬화 완화, 물 부족의 극복, 도시생태계 보호 등이 그러한 예다.

그렇다면 인천의 물관리는 '우수'한가?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규모로 조성되는 신도시들이나 구도심 내 재개발, 재건축 지역들이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화재와 같은 인재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다. 하지만 물에 대해서는 그만한 손을 쓰는 것 같지 않다.

실제로 도심 내 투수포장 확대, 우수저장 시설 설치(빗물저금통 개발), 유출지하수 활용, 인공 옹달샘 설치, 도심 실개천 복원 등 물 관리와 순환체계를 강화고 있느냐는 질문을 비판적으로 던질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일들은 도시계획과 개발을 책임진 지자체(행정) 부서의 몫이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환경부서, 일부 극소수 담당자의 업무일 뿐이다.

지난 10월 환경부의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법 제정으로 기후위기 일상화에 따른 전례 없는 홍수·가뭄, 도시침수 등 복합적인 물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건전한 물순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공은 인천시로 넘어와 있다. 상위 근거법이 마련되었으니 인천시로서도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서야 한다. 지역에 적합한 물순환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친환경 도시관리, 쾌적한 생활환경의 관건이 될 사업도 구상해야 한다. 특히 물의 순환과 지속가능한 물 보존·활용을 위한 도시계획과 개발에서의 행정체계 구상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면,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파국을 막아내기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행동들 가운데 온실가스를 통제하고 물을 잘 다루려는 지혜가 있다. '물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인천, 지금 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