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과 집단 간의 신뢰, 협력 연대감 등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자본이 높으면 개인은 사회적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개인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반면에 사회적 자본의 낮은 경우에는 상호 신뢰가 부족하여 협력하기 어렵고, 갈등과 분열이 증가하고 사회 문제에 무관심해지고 사회 참여를 꺼리게 된다. 이와 더불어 자살률이나 범죄율이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이 낮은 사회는 발전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경제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강한 공동체 의식이 도움되었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벌어진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이 사회적 자본의 저하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장년층과 비교하면 사회적 자본 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더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사회적 자본을 감소시키는 여러 가지 원인과는 별개로 기후위기가 사회적 자본감소를 더욱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인식하는 기후낙담자 비중이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에게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간 자들로 인식될 수 있으며,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정부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기후문제는 국가를 뛰어넘는 지구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빈번해질 것이 확실하다. 기후위기는 농업, 어업, 관광 등에 피해가 발생하게 되고, 기존의 고탄소경제가 지속하기 어렵게 되면서 경제 및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양극화를 확대하고 시간이 갈수록 기후낙담자를 기후절망자로 악화시킬 것이다. 이들에게 마약이나 범죄의 유혹은 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문제는 강약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국민 대다수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현실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 중에 하나다.

만약 이런 사회가 닥친다면 우리는 과연 이를 극복할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매우 염려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고, 이런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후낙담자를 여하히 기후희망자로 전환할 수 있을지, 또한 고탄소경제를 저탄소경제로 빠르게 전환할 묘책이 있을지 모르겠다.

고탄소경제 하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지금의 세대에게 고탄소경제를 부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삶의 목표와 가치를 부정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면 돌파하는 길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인다. 그 대안을 정리해 본다면, 우선, 현재 처해있는 실상을 적나라하게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실상을 바로 알아야 바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것이 고탄소경제를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기에 더더욱 실상을 바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데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개개인이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 따라서 지구적 윤리관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비전과 실천방법을 마련하여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적극적인 정책과 캠페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이 문화와 상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탈물질화, 탈국가화라는 지금의 상식을 뛰어넘는 탈물질화에 따른 질적 성장과 지구공동체를 지향해야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