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의회가 내년도 양주시민축구단 예산 5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유는 '성적부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주시민축구단은 올해 K3리그에서 K4리그로 강등됐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가차 없이 퇴출해 버리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16년 역사의 축구단이 해체 직전에 놓였다. 화려한 명문구단은 아니어도 한국축구의 저변을 떠받쳐온 구단 하나가 이런 방식으로 해체 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이 매우 씁쓸하다.

양주시민축구단은 올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시의 지원이 해가 갈수록 축소돼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사단법인화도 간신히 진행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구단의 사정이 이러니 세미프로 리그인 K3리그에서 제 성적을 내기 어려웠을 터이다.

양주시민축구단은 2021년 국내 최강 울산 현대를 꺾고 8강에 진출해 기염을 토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창단 2년 만에 K3리그 정상을 차지했고, 2011년에는 준우승하기도 했다. 팀이 해체되면 새로운 영광에 도전할 기회가 영영 사라지게 된다. 시민축구단에 소속된 유소년팀의 미래는 또 어찌 될 것인지 궁금하다.

양주시민축구단의 선수는 대략 30명이다. 여기에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를 더하면, 시가 당초 편성했던 예산이 그대로 시의회를 통과했더라도 1인당 지원이 1000만원꼴에 불과하다. 유니폼과 축구화, 축구공 사고 나면 기본 식대나 충당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K3와 K4는 명색이 세미프로 리그인데 열악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저변이 이런데도 한국축구가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올림픽 10회 연속 출전을 자랑하는 게 오히려 놀랍다.

경기침체와 긴축재정으로 지방재정이 어렵다는 사정은 모르지 않는다. 시의회가 축구단보다 더 긴요하다고 판단한 지출 부문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 예산 1조1800억원 가운데 4억5000만원(시비)을 축구 지원에 배정하기 힘들었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스포츠 특히 축구가 지역정체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지 않다고 본다. 해체위기를 돌파할 방안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