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도 여럿이 가면 길이 된다며 사실상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분간 정치권 안팎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며 여론을 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 장관은 뜨거운 인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니 정치 경험이 없다느니 하지만, 여권에선 한 장관만 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현 비상 국면에서 한 장관을 택한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그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한동훈 장관의 '참신성'이다. 지지층 결속을 넘어 중도층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정쟁으로 밤낮을 새고 입만 열면 상대방을 비난하던 구태에 대한 명확한 전환이며, 직전의 '김기현 체제'에 대한 단호한 청산이다.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집권당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장관이 그럴 수 있을까. 국민에게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감을 얻을 수는 있을까. 이 대목에서는 솔직히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당과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대한 변화도 한 장관을 택한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대통령실 이중대,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 등의 모욕적인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낯 뜨거울 정도의 맹종은 국민의 수치였으며 민주주의의 후퇴였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체제의 태생적 한계였기에 큰 기대도 없었다. 그렇다면 한 장관은 과연 윤 대통령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대목은 나름 점수를 줄 수 있다. 한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근거다. 한 장관의 고언도 달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총선을 앞둔 비상 상황을 전제한다면 상호 간의 전략적 교감도 이뤄질 수도 있다.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방어할 수 있는 기조의 전환이다. 곧 국회를 통과될 '김건희 특검법'이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또 대통령 거부권에 매달릴지, 아니면 어떤 담대한 결단이 나올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끝으로 한 장관의 비대위에 거는 기대는 내년 총선에서의 인적 혁신이다. 김기현 대표체제의 몰락은 그 주위의 수많은 군상의 합작품이다. 인요한 혁신안마저 무력하게 만든 주요 인사들, 긴 침묵 속에 공천만 기다리는 영남 중진들, 호가호위하며 연판장을 돌리거나 거친 입으로 정쟁의 총대를 멘 정상배들이 그들이다. 그들을 청산하지 않고 국민의힘 변화를 말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도, 김 대표도 못 했던 과제다. 이제 한동훈의 시간이다. 과감한 인적 혁신은 내년 총선 승리의 중요한 잣대다. 과연 이것까지 해낼 수 있을지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한 장관도 정치권에 빚진 게 없다. 특유의 참신함을 무기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의 주역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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