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등록문화재 흉물로 방치
3년간 복구 시도…안 지워져
문화재청 “복원 장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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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등록문화재인 수원역 급수탑의 등재 이전 모습. 급수탑을 둘러싸고 낙서로 훼손돼 있다./사진제공=문화재청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국가등록문화재인 수원역 급수탑 벽면을 둘러싼 스프레이 낙서가 지워지지 못한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19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역 급수탑은 수원역 광장에서 병점 방향으로 향하는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었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급수탑은 국내에서 유일한 '협궤선 증기기관차용 급수탑'으로, 현존하는 희귀한 철도 유산이라는 특수성을 인정받아 급수탑 2기가 2020년 5월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됐다.

급수탑을 둘러싼 스프레이 낙서는 등록 이전부터 신원불명의 소행에 의해 훼손됐고 락카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주로 공공장소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남기는 일종의 그래피티 형태로 남아있다.

▲ 국가등록문화재인 수원역 급수탑의 현재 모습. 급수탑을 둘러싸고 여전히 낙서가 지워지지 않은 채 훼손돼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 국가등록문화재인 수원역 급수탑의 현재 모습. 급수탑을 둘러싸고 여전히 낙서가 지워지지 않은 채 훼손돼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이에 수원시와 한국철도공사는 등재 이후 3년여 간 낙서를 지우는 과정을 벌여왔지만 여전히 지워지지 못하고 흔적으로 남아 방치돼 오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자세한 건 알아봐야겠지만 현재 급수탑 벽면으로 스프레이 낙서를 지우기 위한 보수공사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건 없다. 다만 안전의 문제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해 구조 안전 진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관리주체인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복구 작업이 중단된 것은 아니고 3년전 문화재로 등재가 되면서 수원시와 함께 유지 보수, 관리를 해오고 있다. 예산 신청 과정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마음대로 복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작업에 한계가 있었다. 수원시와 협의해서 복구 작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에 스프레이 낙서는 복구도 어렵고,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 등 복원 전문가 30여 명이 투입돼 경복궁 담벼락 스프레이 낙서를 지우는 작업을 벌여오고 있지만 까다로운 복구 방식 때문에 복원에는 장시간이 소요된다. 또 완벽복원 여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07년 당시에도 사적 101호인 '삼전도비'에 붉은색 스프레이 낙서가 생기면서 복구 작업에만 3개월이 걸렸다. 특히 낙서를 닦아내는 과정에서 비석의 재질인 대리석의 훼손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복구 작업에 고충을 겪어야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 보존과학센터 박종서 센터장은 “당초 복구작업에 일주일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추가 낙서테러가 발생했고 날씨도 추워지면서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돌의 표면으로 페인트 물질이 파고들면서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돌의 원형 그대로를 두면서 낙서를 제거한다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최대한 할 수 있는 복구 방법을 총동원 해 작업을 벌이고 있다. 투입 인력이라던가 레이저 장비 등이 동원되면서 많은 복구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