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용인 첨단반도체시스템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관련된 내년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자원부는 이미 올해 원삼 SK반도체 클러스터에 용수와 전력 등의 기반시설을 만들기 위한 예산 500억원을 우선 지원했기 때문에 내년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3월 300조원을 투자해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국가 산단을 조성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할 때를 상기하면, 이렇게 해도 반도체 국가 산단을 차질 없이 조성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전력과 용수 공급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지난 7월24일자 본란(경기 특화단지 앞으로 해결과제도 많다)에서 지적했듯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동되려면 원전 5기 규모나 되는 대량의 전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용인 국가산단의 투자 주체인 삼성전자는 필요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RE100을 이미 선언했다. RE100을 이행하려면 국가산단이 완성되는 2042년까지 현재 전력 공급 구조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해야 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 정부는 RE100 대신 원전을 포함하는 CE(Carbon Free)100을 표방하고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원전 5기를 어디에 지어 어떻게 용인으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 정부가 주창하는 CE100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RE100을 충족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시설 확대가 시급하다. 하지만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연구개발(R&D) 내년 예산 6300억원 가운데 얼마가 용인에 배정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반도체 산업은 전력 못지않게 용수 공급도 중요하다. 그러나 용인 클러스터에서 사용할 물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끌어다 사용할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력과 용수 관련 기초작업이 내년부터는 본격화되어야 한다. 도로와 배후도시 건설에 관한 청사진도 가급적 빨리 제시되어야 순조로운 용인 국가산단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