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최대, 최고의 개혁 정책이었던 대동법을 다룬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은 저자 이정철의 개혁-경세론 삼부작 중 제1권에 해당하는 책이다. 나머지 두 권은 선조 연간에 벌어진 사림의 동서 분당을 분석하여 도덕주의 정치의 폐해를 살펴본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와 시대적 요구로 발생했던 권력 이동 현상을 분석해서 전환기에는 항상 개혁 요구가 선행했었다는 사실을 규명한 <권력 이동으로 보는 한국사>이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 <비변사등록>, <승정원일기> 등의 공식 사료뿐만 아니라 당대의 인물들이 남긴 문집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대동법의 성립 과정을 들여다보았다. 대동법은 임란과 양대 호란을 겪어 황폐해진 17세기 초 중반, 광해군부터 현종에 이르는 시대에 왕들과 산림들 그리고 재정을 맡은 관료 간의 치열한 논쟁 끝에 실시된 정책이다. 이 저작을 통해 우리는 대동법이 성립하게 된 역사적 사실의 전후 관계뿐만 아니라 재정 운영 전반과 국가 운영 체제까지도 엿볼 수 있다.
조선 시대 관료와 식자들은 '가난은 임금님도 못 구한다'고 한탄하기보다는 '이식위천(以食爲天)', 즉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말로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통념과 다르게 유교적 민본주의에 입각한 “조선의 지배층은 백성의 민생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국가는 나라라 할 수 없고, 백성들이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것이 글 배우고 벼슬하는 사람들의 임무”라고 여겼다.
조선은 토지에 대한 전세와 공물로 세금을 걷고 행정을 운용했다. 공물은 백성들의 납부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가구별로 부과되었으며, 현물로만 납부하도록 정해졌다. 그러나 백성들이 어렵게 납부한 공물이 적합한가를 판정하는 행정절차에서부터 부패(방납)가 만연하였다. 이미 민생고에 지쳐 있던 백성들은 불공정한 납부 기준과 방납 과정의 부패, 공납 담당 관료들의 학정을 더는 견뎌낼 수 없어 크게 반발했고, 민심 이반에 놀란 일부 지방에서는 부과 기준을 백성들이 소유한 전결(田結)로, 공물도 쌀이나 면포 납부로 완화하여 원성을 달래려 했다. 요컨대 정부의 미흡한 제도적 장치를 사회적 관행의 명목으로 개선을 시도한 것이며, 그 뜻을 이어받은 관료들이 대동법이라는 제도로 정착시킨 셈이다.
임란과 호란을 겪은 17세기 조선의 백성들은 피폐해진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체제의 위기가 닥쳐올 때 개혁의 요구가 있었다는 저자의 통찰처럼 조선의 정책담당자들은 유교적 민본주의 이념을 대동법에 담아 민생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했다. 저자는 대동법 논쟁이 당시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국가를 경제적으로 규정하면, 그것은 결국 세금과 민생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것은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얼마만큼 세금을 걷어, 누구를 위해서 어디에 얼마만큼 쓰느냐… 우리 삶의 인프라에 해당하는 교육, 의료, 실업, 혹은 노후 문제 등을 우리의 생활비로써 충당할 것인가 아니면 세금으로 집행할 것인가의 문제다. 세금과 민생이 만들어 내는 모습이야말로 바로 특정 시기, 특정 국가의 맨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이효준 월급쟁이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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