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양병집·조덕환 등 거장 무대
35주년 신촌블루스 라이브 등 예정
“더 좋은 공연·음악 선보일 것”
한때는 인천 중구도 청년인 때가 있었다. 개항 이후 모든 신문물이 모여드는 출발지였기에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를 좇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항상 머물렀다.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20대 안원섭도 그곳에 있었다. 웅얼거리며 외던 시의 한 구절을 지붕 삼아 자그마한 가게를 마련해 턴테이블을 들였다. 바늘이 LP 사이 홈을 지나며 내는 깊고 풍성한 사운드, 때때로 흘러나오는 '찌직'거리는 잡음까지 한데 어우러져 공간을 채웠고 따뜻한 선율은 찾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신포동 LP카페 '흐르는 물'이 올해로 개업 35년을 맞았다. 모서리 끝이 해진 수천장의 LP판들과 희끗해진 그의 머리가 지나온 세월을 말해준다. 가게 곳곳에 걸린 공연 포스터와 사진들은 '흐르는 물'과 그가 걸어온 삶의 흔적이자 자랑이다.
안원섭 흐르는 물 대표는 “감사하게도 포크의 전설로 불리는 양병집, 들국화의 조덕환, 타악기의 대가 김대환 선생 등 훌륭한 분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펼쳤다”며 “작은 공간이지만 관객에게 주는 울림만큼은 크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35주년을 맞아 정유천 블루스밴드, 경인고속도로, 레드로우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이곳을 찾았다. 올해 마지막 기념공연은 오는 23일 오후 8시 신촌블루스가 맡는다.
그는 “앳된 얼굴로 입대하던 손님이 어엿한 중년 신사가 됐고, 꽃 피기 기다리던 예술인들은 어느덧 후학을 양성하는 원로의 자리에 있다”며 “꾸준히 함께한 인천시민분들과 예술인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흐르는 물'의 공연에는 헤어짐이 없어요.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무대를 만들고 소통하며 하나의 추억을 쌓죠. 바람이요? 그저 건강하게 자주 만나는 얼굴이었으면 해요. 물은 흘러가는 게 법이듯, 허락하는 시간까지 초심 잃지 않고 더 좋은 공연과 음악 선보이겠습니다.”
/글·사진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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