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사임 의사를 표시했다. 이종구 대표는 인천을 대표하는 예술인이자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인천 문화예술진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지난해 2월 제7대 인천문화재단 대표로 선임되었으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이종구 대표의 퇴진은 지역 정치권에 휘둘리는 인천문화재단의 현주소와 재단의 종속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사건으로 인천 예술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이 대표가 자진해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하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이종구 대표의 거취 문제는 이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히며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지난해 민선 8기 인천시가 출범하면서부터 예견되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민선 8기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하면서 인천문화재단 개혁이 혁신 과제로 꼽히는 등 곡절이 예상됐고, 인천시는 지난 8월 이 대표에 대한 복무감사와 재단 조직개편, 아트플랫폼 위탁 계약 종료 및 아트플랫폼 운영 변경 추진 등 재단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

특히 시의 복무 감사는 누가 보더라도 이 대표를 표적으로 삼은 의도성이 짙다. 시는 지난해 말 행정사무감사에서 공기업, 출자·출연기관 임원의 근태가 지적된 후 감사를 했다고 하나, 지역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민선 7기 시절 선임된 이 대표 흔들기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당시 시는 이 대표의 출·퇴근, 결근 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문책성 감사 결과를 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출퇴근 시간은 오전 10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었는데, 이는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진 것이고 타 지역 문화재단 또한 비슷한 근무 형태였는데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는 사실상 사퇴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대표는 물러나고 새 대표가 오겠지만, 인천문화재단의 수장이자 인천을 대표하는 한 예술가를 흔들어대는 일련의 상황들이 더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색안경을 끼고 색깔론으로 문화예술을 바라보아서는 인천문화예술의 발전을 결코 이룰 수 없다는 걸 지역 정치권과 행정 관료들은 자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권에 기대어 온 지역 예술계도 진보·보수를 떠나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