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칭우 인천일보 경제부장·인하대학교 겸임교수
▲ 김칭우 논설위원

중고차 수출시장은 국제 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역이다. 2020년 초 코로나19 발발 및 확산, 2021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의 여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해마다 초대형 재앙 및 사건이 반복되고 있어 중고차 수출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환율이나 해상 운임 등도 중고차 수출 매출이나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좌핸들과 우핸들을 사용하는 국가로 서로 경쟁관계에 있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세계 중고차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2019년 중고차 수출을 시작한 중국의 부상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뜨거운 한·중·일 삼국지의 서막을 여는 듯하다.

 

중고차 수출 한일전

2019년 한국은 리비아 특수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출을 기록한다. 리비아로 수출된 중고차가 21만2314대로 전체 중고차 수출(46만9876대)의 45%를 차지했다. 2020년 코로나19의 발발과 확산으로 결국 연간 중고차 수출은 38만7637대로 전년 대비 18%가 감소했다. 2021년 중고차 수요 붐이 불어 2019년의 최대 기록과 유사한 수준으로 중고차 수출이 증가했다. 2022년 극심한 선박난과 운임 상승 등으로 수출이 감소한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에는 러시아 및 주변 중앙아시아 '탄' 국가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수출금액은 러시아로 향하는 초고가격 차량의 구성비가 높아지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2022년 말 기준 일본의 자동차 보유(등록) 대수는 7867만5004대로 한국 2550만 3078대에 비해 3.1배 크다. 일본은 2022년 123만7814대의 중고차를 수출해 한국 40만4653대보다 3.1배 많았다. 양국 모두 자동차 보유 대수의 1.6%에 해당하는 중고차를 해외로 수출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이 중고차를 수출하는 국가는 165개국, 일본은 160개 국가다. 2017년에는 한국이 144개국, 일본이 183개국으로 일본이 더 많았으나 5년 만에 역전이 됐다. 하지만 1000대 또는 1만대 이상 수출을 하는 국가의 수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2022년 기준 연간 1만대 이상 수출을 하는 국가는 한국이 12개이나 일본은 26개 국가로 2배 이상 많다.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 중국, 중고차 수출 한·중·일 삼국지 서막

2022년 기준 중국은 약 3억1900만대의 자동차를 보유해 미국 2억8300만대에 비해 9.2% 가량 많은 세계 최대 자동차 보유국이다. 중국은 전년 대비 45.5% 급증한 311만대를 수출해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이중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는 68만대로 전반적인 자동차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코로나 재확산 및 봉쇄 조치에 따른 물류난과 공급차질 등으로 중국 자동차 수출량 증가폭은 둔화됐지만 테슬라 중국 공장이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상하이자동차그룹, BYD 등 중국 메이저 메이커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내면서 중국 자동차 수출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은 2019년 중고차 해외 수출을 처음으로 허용했다. 2022년 상반기 중고차 해외 수출 1만664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수출량과 수출 단가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하지만 중국의 중고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중국산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중고차 수출시장은 한·일에서 한·중·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수출에서 일본은 7800만대 수준에 달하는 자동차를 보유하고, 전국에 걸쳐 분포되어 있는 자동차 경매장 등 구조적, 질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중고차 수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수출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한국은 안정적인 중고차 수출단지도 없으며,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은 고사하고 지원도 전무하다. 삼국지가 예상되는데, 맨 몸으로 싸워야 할 판이다.

/김칭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