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햇볕 모아 탄소중립 과학 교육

전국 유일 독립형 태양광 시스템 설치
생산된 전력 과학실 수업서 직접 활용

태양광 발전 주제 학생 진로 탐구 활동
설비팀, 전기 배선 작업 등 주도적 참가
데이터 관리·에너지 활용팀, 발전 실험
홍보·다큐 제작팀, 신문·영상 제작 활동
정책·경제팀, 환경 정책 조사·결과 공유

센서·3D 프린터·천체 망원경도 구비

경기도교육청이 경기 미래형 과학실을 활용해 첨단 과학 기술 기반 과학 교육을 확산하고 있다. 경기 미래형 과학실은 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해 탐구 중심 과학 교육이 가능한 수업공간으로 정의한다. 도 교육청은 지난해 100억원을 투입해 89개교를, 올해는 200억원을 투입해 216개교에 미래형 과학실을 조성하고 있다. 경기 미래형 과학실은 단순한 새로운 과학실로의 공간 구축을 넘어 과학 교육의 변화를 유도하고 과학 기술을 활용해 삶과 연계된 문제를 탐구하는 미래형 과학 교육 문화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비봉고 과학실 내 센서 교구./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 비봉고 과학실 내 센서 교구. /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비봉고 미래형 과학실은 학생과 교사들이 힘을 합쳐 함께 구성했다. 미래형 과학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과학 실험 수업의 아쉬움에서부터 시작됐다.

비봉고 이장원 교사는 “1학기 때는 어떤 식으로 과학실을 만들어 갈 것인지 방향을 설정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보냈다”며 “어두컴컴했던 과학실 내부를 밝은색으로 바꿨고, 공간을 넓히기 위해 벽을 트는 공사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의 안전과 동선의 효율성을 위해 별도의 출입문도 만들었다.

비봉고 과학실의 가장 큰 특징은 태양광 설비 시설을 구축해 과학실 전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 교사들이 큰 틀에서 계획하고 학생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해 새로운 과학실이 만들어졌다.

미래형 과학실 구축 사업을 진행한 이 교사는 “학교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모은 에너지를 충전기에 저장한 뒤 학교와 가정에서 쓰는 220V로 전환해주는 컨버터를 이용해 전력 공급이 이뤄진다”며 “무탄소, 친환경 과학실이 우리 학교 과학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한 전기를 직접 학교 과학실의 전력으로 사용하다 보니 별도 전기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독립형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한 학교는 전국에서 비봉고가 유일하다.

▲ 비봉고 김효찬 학생이 과학실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 비봉고 김효찬 학생이 과학실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비봉고 학생들은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에 그치지 않고 태양광 발전이라는 큰 주제 아래 설비팀, 데이터 관리·에너지 활용팀, 홍보팀, 다큐멘터리제작팀, 정책·경제팀 등으로 나누어 활동하면서 각자의 진로에 대한 탐구도 진행했다.

설비팀은 태양광 발전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지 배우고 태양광 발전을 직접 설치했다. 또 과학실 내에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전기를 설치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면서 실행에 옮겼다. 콘크리트를 뚫어야 하는 전기 공사는 전문 업체에서 진행했지만 과학실 내 세부적인 전기 배선 작업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데이터 관리와 에너지 활용팀은 태양광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활용한 실험을 하고 실험 결과를 수치화하는 등 데이터를 관리하는 활동을 했다. 태양광 실험에 참여한 김효찬 학생은 “전기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태양광 패널이 어떤 환경이나 조건에서 얼마의 효율을 내고 얼마만큼 전기를 생산하는지 분석해 보기도 했다”며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친구들과 함께 전력 효율을 알아내고 스마트폰 앱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했다. 이어 “하루에 얼마만큼 전력을 생산했는지, 평균 온도, 미세먼지 농도, 풍속 등을 기기로 작성하고 표로 만들어서 평균값을 냈다”며 “태양광 발전은 설비만 조금 더 갖춰진다면 석유 연료 못지않게 상용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비봉고 과학실 내 설치된 소형 태양광 패널./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 비봉고 과학실 내 설치된 소형 태양광 패널. /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홍보팀과 다큐멘터리제작팀은 학교에서 진행한 태양광 과학실을 신문과 영상으로 소개했고, 정책·경제팀은 태양광 발전을 비롯해 환경오염, 신재생 에너지, 환경 관련 정책들을 조사해 학생들에게 알렸다. 홍보팀에서 만든 학교 신문은 '비봉 신문'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만들어졌다. 다큐멘터리는 이달 말쯤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제작팀에 참여한 이가현 학생은 “처음에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막막했지만 서로 논의를 하고 정보를 얻어가며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다”며 “영상은 시험 기간이 끝난 뒤 12월 말쯤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 비봉고 과학실 교구를 활용해 그려진 그래프가 스마트TV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 비봉고 과학실 교구를 활용해 그려진 그래프가 스마트TV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이밖에 비봉고 과학실은 학생들의 과학 수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첨단 과학 교구들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포켓랩이라는 센서 교구다. 이전에는 온도 측정 등을 하기 위해서는 노트북이나 모눈종이에 옮겨 적어야 했지만 이 장비를 활용하면 그래프가 스마트TV 등 영상 장비에 연결돼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가속도를 비롯해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등 다양한 영역의 측정이 가능하다. 시각 자료에 익숙한 학생들은 과학 교구를 이용해 손쉽게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토의할 수 있다.

▲ 비봉고 과학실 앞 정문 모습. 'science lab' , '#탄소중립' 문구는 과학실 내 3D프린터를 통해 제작한 문구다./이원근기자
▲ 비봉고 과학실 앞 정문 모습. 'science lab' , '#탄소중립' 문구는 과학실 내 3D프린터를 통해 제작한 문구다. /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과학실에는 3D 프린터도 구비돼 있다. 과학실 앞에 적힌 'science lab, #탄소중립'이라는 문구나 과학실 곳곳에 설치된 글자 등은 학생들이 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했다. 3D 프린터는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어 약품실과 함께 별도 공간에 설치했다. 천체 망원경도 구매해 운동장에서 밤하늘을 보며 별을 관측할 수도 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과학실 조성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과학실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높다”며 “태양광 발전 과학실 조성 사업을 통해 자신의 가고 싶은 진로와 연계된 활동도 자발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

※ 본 글은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자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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