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 사무국이 인천 송도에서 문을 연 지 10년을 맞았다. 유엔 산하인 GCF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100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아주 큰 국제금융기구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 이런 규모의 대형 국제기구가 들어선 적이 없었다. 인천시민들이 저으기 반기고 환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UN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설립된 녹색기후기금은 송도국제도시에서 2013년 12월4일 출범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GCF 유치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한층 높아진 게 사실이다. 정부는 당시 기후변화 분야 원조 규모에서 세계 2위인 독일을 제치고 유치에 성공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전까지 한국이 유치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대규모 국제회의나 올림픽·월드컵 등의 행사는 단기적인 경제효과를 보였다. 반면 국제기구 사무국 유치는 엄청난 효과를 거둔다는 평가를 받았다.

GCF는 개발도상국의 이산화탄소 절감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려고 만든 국제금융기구인 만큼,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기후변화 적응 능력을 높이는 사업에 기금을 투자한다.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 GCF는 지구온도 상승분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감축목표를 실현하는 데 힘을 쏟는다. 사무국 출범 이후 103억달러의 초기 재원을 조성했다고 알려진다. GCF는 지난 10년간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에너지·교통·식량 등 여러 분야에 걸쳐 228건에 총 사업비 483억달러를 투입했다. 전 세계 6억명 이상이 혜택을 받는 등 세계 최대 기후기금으로 성장했다.

인천시는 얼마 전 GCF 콤플렉스(Complex)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송도국제도시 G타워 주변 1만8500㎡ 부지에 연면적 9만㎡, 지하 3층·지상 33층 규모로 꾸려진다. 이제 GCF 사무국 인천 유치 10년을 맞아 녹색기후기금도 쌓여가고 있다. 조성된 녹색기후기금을 활용한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GCF 사무국도 대폭 확대됐다. GCF의 지난 10년은 우리 안전과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사무국 유치 10년이 매우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 지구적 탄소중립 희망을 실현하는 전환점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인천시도 글로벌 기후대응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다각적이고 치밀하게 준비를 해나갔으면 한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