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수(樹)의 노래  - 히나스떼로

 

동구 밖 망각의 나무

한 그루 서 있네

영혼의 방랑자들이

안식을 구하러 기대네

 

어느날 밤

널 잊기 위해

난 망각의 나무 아래 누웠네

어느듯 잠이 들었지

 

깨어보니 다시

네 생각이 났어

눕자마자 너를 잊어야 한다는 것을

그만 잊어버렸기 때문이네

 

*히나스떼로 : 중남미 음유시인

 

▶사람들은 망각을 두려워하지만 망각은 때때로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 건강해진다는 것은 새로워진다는 것이고 새로워진다는 것은 살이의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어두운 밤, 고단한 몸을 누이고도 잠을 잘 수 없었다면 어떻게 오늘 건강한 몸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겠는가. 망각도 이와 같다. 오래오래 기억한다는 것은 일견 좋은 일인 것 같아도 그 기억들 때문에 사람은 병들고 시들어 간다.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그 기억들 때문에 상처가 깊게 곪아가고 더 아파서 종내에는 자기 자신까지도 잃어버린다. 사는 동안 뉘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세상에서 상처받은 영혼들 모두 “동구 밖 망각의 나무” 아래에 기대어서 안식을 얻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으면 좋겠네.

▲ 주병율 시인
▲ 주병율 시인

/주병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