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천서 '씨그랜트 위크' 개최

해양쓰레기 저감 공동선언문 발표

관련 정책 제안·시민 교육 활성화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

가상 세계에 인천북항 입체적 구현

퇴적률·계절별 유속 모의실험 진행

실제 준설 대책 반영…현안 해결 사례
▲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인천 연수구 송도 센트럴파크호텔에서 열린 '2023년 씨그랜트 위크'에서 주요 내외빈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하대학교

태평양 한가운데 거대한 쓰레기 섬이 둥둥 떠 있다. 이 쓰레기 섬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앞바다 사이에 있으며 대한민국 면적의 16배 크기에 달한다.

네덜란드 한 비영리 환경단체가 쓰레기들을 분석한 결과, 쓰레기 대부분이 일본·중국·한국 순으로 많이 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쓰레기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인천에서 해양 전문가들이 공동 대응 방안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씨그랜트협의회는 최근 '2023년 씨그랜트 위크'를 개최하고 해양쓰레기를 저감하기 위한 '공동 선언문'을 통해 지속 가능한 해양 환경을 만들기로 다짐했다.

특히 협의회는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민과 협업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등 바다를 둘러싼 현안을 해결하는 활동들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하대 등 전국 8개 대학에서 운영 중인 '씨그랜트센터'가 있다.

▲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는 지난달 3일 중구 영종도 씨사이드파크 일대에서 지역 대학∙비영리단체와 연계한 해양 환경 보전 활동을 진행했다.
▲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는 지난달 3일 중구 영종도 씨사이드파크 일대에서 지역 대학∙비영리단체와 연계한 해양 환경 보전 활동을 진행했다.

▲인천서 해양쓰레기 공동 대응 선언

5일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연수구 송도 센트럴파크호텔에서 2023년 씨그랜트 위크가 개최됐다.

해양수산부는 미국 씨그랜트를 벤치마킹해 인하대와 목포해양대 등 권역별로 전국 8개 대학에서 씨그랜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대학을 거점으로 지역별 해양·수산 현안을 해결하고 해양 전문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전국 씨그랜트센터 8곳으로 구성된 한국씨그랜트협의회는 정기적으로 씨그랜트 위크를 개최하고 있다. 대학 연구진과 해양 분야 관계자가 모여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대민·교육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로 올해는 인천에서 치러졌다.

특히 올해 씨그랜트 위크에서는 해양쓰레기 저감을 위한 공동 선언문이 발표됐다. 특정 이슈가 선언문으로 다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의회는 △연구 활동에 기반을 둔 정책 제안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해양시민교육 활성화 △시민단체와 연합한 시민 과학 모니터링 운영 등을 통해 정부·지자체·해양 유관기관과 공동 대응할 것을 약속했다.

협의회는 선언문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해양 이용과 보호는 지속 가능한 해양 발전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적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해양 이슈에 대한 국제적 공동 협력을 위해 한미 씨그랜트 간 기관·연구자 협업을 강화하고 활성화하겠다”고 선언했다.

▲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는 지난 9월 청소년과 송도 습지보호구역에서 해양 환경 보전 캠페인을 펼쳤다.
▲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는 지난 9월 청소년과 송도 습지보호구역에서 해양 환경 보전 캠페인을 펼쳤다.

▲전국서 해양 현안 해결 잇따라

인천을 비롯해 전남과 제주 등 각 해양도시에는 풀어야 할 현안들이 쌓여 있다.

권역별로 지정된 씨그랜트센터는 이런 지역별 해양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와 대민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는 가상 공간에 실제 바다 모습을 구현한 '디지털 트윈 오션' 기법을 활용해 해양 현안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2018~2021년 최적의 항만 준설 시기를 도출하기 위해 '인천항 수리 현상 조사 및 퇴적 저감 방안 연구용역'을 시행한 바 있다.

센터는 20여년 이상 관측한 빅데이터와 수치 모델을 토대로 가상 세계에 인천북항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퇴적률과 계절별 유속 등을 바탕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마련해 모의실험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는 향후 준설 대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바다와 접한 지역 대학이 연안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꼽힌다.

전남씨그랜트센터도 지역 현안을 발굴해 주민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성과를 냈다.

전남 완도군에서 매생이 양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철새로 인해 매년 10% 이상 생산량이 피해를 본다는 어민들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센터는 연구 끝에 친환경적 철새 퇴치 장비를 개발했고, 이후 현장에 보급해 철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했다.

아울러 제주씨그랜트센터는 수산물 생산 현황 플랫폼을 구축해 체계적 수산물 통합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뷰] 신용식 한국씨그랜트협의회 차기 협회장

“해양쓰레기 문제, 과학적 연구로 해결책 찾을 것”

 

 

“타 협회·단체 협업 교육·연구 매진

R&D 관련 예산 추가 확보 노력할 것”

“각 지역 어민이나 해양 관련 종사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과학적 연구로 찾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전남씨그랜트센터장인 신용식(사진) 목포해양대 교수는 5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씨그랜트센터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내년부터 2년 동안 한국씨그랜트협의회를 맡을 차기 협회장으로 추대돼 전국 해양 이슈를 이끌어 나가게 됐다.

씨그랜트센터는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우리나라 바다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어민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진과 차별화됐다. 현재까지 미국 씨그랜트와 협력해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신 교수는 임기 첫해인 내년에 해양쓰레기를 공통 현안으로 정해 연구와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그는 “해양쓰레기 문제는 전국 씨그랜트센터가 공통으로 연구하는 주제이면서 가장 빠르게 해결돼야 할 이슈”라며 “다른 협회, 단체와도 협업해 관련 교육과 연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연구 관련 재원 확보도 신 교수가 풀어야 할 숙제다.

신 교수는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데 올해 세수 부족으로 내년도 연구개발(R&D) 관련 예산도 많이 삭감됐다”며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