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민주화와 지방자치 실시 이후 행정부의 규모가 비대해졌다. 외형적인 규모의 팽창은 물론 기능과 활동의 변화는 더 크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기능과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행정부의 기능과 역할의 폭과 깊이는 넓고 깊어졌다.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역할이 확대됐다. 독재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면서 국민은 정부가 자신들의 삶의 개선과 공익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산업화는 도시화를 불러왔고, 주택, 교통, 수도, 안전, 위생, 쓰레기 등 다양한 문제를 만들었다. 이런 문제는 시장에 맡길 수 없다. 문제 해결의 방안과 원칙은 입법부의 법률로 정할 수 있지만 실행을 위해서는 다양한 조직과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들이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행정부의 팽창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경제 성장을 위한 정부의 직접적인 활동 영역은 많지 않다. 하지만 항만·도로·공항의 개설 등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여 경제 발전의 여건을 조성하거나 경제활동에 있어 질서를 유지하는 업무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 분배의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고, 노사의 분쟁을 조정하고, 자연환경의 파괴를 막고 공해를 방지하며, 문화를 활성화하는 등의 일도 정부가 담당하게 되었다.

입법부는 정치인 집단이다. 국회의원들은 선거구민의 투표와 지지로 자리를 유지하고, 임기가 끝나면 재신임을 받는다. 이들은 지역 유권자의 인기에 힘입어 선출되었지, 전문지식으로 뽑힌 게 아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여론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그런데 여론의 요구와 압력은 종잡을 수 없다. 이때 묘안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활용해 법률을 두루뭉술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애매모호한 규정을 해석하여 현실에 적합하게 꾸려나가는 일은 행정부 관료의 몫이 된다. 이것이 관행으로 이어지다 보니, 이들에게 실질적 권한이 넘어가고, 관료제 기구가 비대해진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행정 관료의 권한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받을 소지가 커지고 있다.

행정부 관료제의 폐해는 심각하다. 관료들의 무능과 부패로 인해 민생이 위협당하고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속출하는 개발 사업과 관련된 각종 인·허가 비리, 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및 법인카드의 부적절한 사용, 인천의 자칭 시민단체인 한 집단과 민선 7기 인천시가 주축이 된 주민참여예산 불법 사용에서 드러나듯 혈세 도둑질이 만연해 있다. 공익을 빙자한 정경유착과 부정행위를 척결하려면 삼권 분립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하며, 언론과 시민의 비판적이고 정의로운 감시의 눈이 살아 있어야 한다.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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