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첫 주인공
아트플랫폼서 '부유 현실 기록'展
'인간 실존' 초점…관람객에 물음
“예술인 창작 욕구 일으켰으면”
바다 특유의 짠내를 맡으며 해질녘까지 동네 수 바퀴를 돌았던 개구쟁이. 학창시절 재능을 알아본 스승의 권유로 미술계에 발을 들인다. 정든 고향 인천을 떠나 국내에서는 후학양성에 매진했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며 도전정신을 불태우는 그의 작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3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오원배 작가의 개인전 '부유/현실/기록'이 오는 7일부터 내년 3월3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1(B)에서 열린다.
인천문화재단이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의 첫 주인공으로 나선 오 작가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전시를 준비해왔다고 말한다.
오 작가는 “지난 5월 최종 선정 발표가 나고 이번 전시를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 아카이브 공간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2023년 신작으로 구성했다”면서 “감사하게도 제가 처음으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미술의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 방향성을 찾는 취지로 제도가 마련됐다고 여기며 최선을 다했다. 인천의 자존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간 실존' 문제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지속해 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사유하고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장치를 곳곳에 심었다.
캔버스가 아닌 천에 그려진 대형 작품들은 천의 투박하고 거친 질감과 어우러져 내용의 강함을 극대화한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가보면 200m도 안 되는 거리에 수많은 사람이 각자 다른 주장을 펴며 대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때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듯하죠. '과연 어떤 게 진실일까?'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누구의 편을 들어줄까?' 묻는 거죠.”
“요즘 산업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AI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잖아요.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효과도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죠. 이 흐름이 좋다고만 볼 수 있는지 관객들과 사회에 질문하는 거예요. 대부분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아요. 답이 없는 물음은 공허하죠. 그 공허함에 대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 제목은 모두 '무제'다. 현실 속 수많은 존재와 얽혀진 관계, 이를 예술적 사유를 통해 기록하는 과정들은 결코 한 단어나 문장으로 나타낼 수 없다는 작가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오원배 작가는 “인간의 근원적 가치와 방향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싶다.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과 깊이 소통하고 싶다”며 “인천 예술인들에게도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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