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성곽, 돌 아닌 '금속' 사용
철판 내부 텅 비고 천장은 부식
'화성성역의궤' 기본서 벗어나
시설 곳곳 파이거나 돌 깨진 곳도
사학자 “지금이라도 다시해야”
▲ 수원화성 성곽 팔달문~서장대 구간 중 팔달산 둘레길를 관통하는 홍해문 아치 부문이 돌 색깔의 철판 구조물(붉은선 안)로 덧되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천장 철판 구조물 일부가 부식이 진행되고 있다. /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1995년부터 시작된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에 대한 복원·정비 사업(행궁복원정비사업)이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성곽 시설이 돌이 아닌, 쇠(철판)로 복원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아치 시설로 축성된 성곽 시설은 복원 자체가 '화성성역의궤'를 기본으로 한 복원방식에서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원시는 올해 12월 수원 화성행궁 2단계 복원을 끝으로 28년간 이어온 수원화성복원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2단계 복원 사업에는 무려 65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원형 복원을 위한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남포루로 이어진 화성 성곽 구간의 통로가 역사적 고증에 따라 흙이나 돌을 쌓아 복원된 대다수의 복원 방식과 달리 쇠 소재인 철판을 사용해 성곽을 축조 복원했다.

게다가 철판 내부는 텅 빈 골조만 있는 형태로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천장에 부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구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30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활을 쏘기 위해 지었던 군사시설인 사적 제3호 서노대와 사적 제3호 서남암문, 동북포루 등 수원 화성 시설 곳곳에서 파이거나 돌이 깨져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평소 수원 화성 산책길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79)씨는 “감쪽같이 속았다. 매번 이곳을 지나다녀도 가짜일 줄은 몰랐다. 수원시민으로서 정조임금의 애민사상이 담긴 우리시의 수원 화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 이러다 세계문화유산 자체가 취소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학자도 “믿을 수 없다”며 “또 시설의 아치 방식은 화성성역의궤의 정통 복원 방식이 아니다. 왜 그렇게 공사가 진행됐는지, 지금이라도 새로 보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성행궁은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가 머물던 임시 궁궐로 우리나라 행궁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11년 일제강점기 당시 건축물 대부분이 훼손되면서 수원시는 1989년부터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를 설립, 복원을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했다. 화성 복원에는 정조임금의 화성조성과정이 담긴 '화성성역의궤'를 기반으로 추진됐다.

수원 화성은 축조 당시 우리나라의 가장 적합한 성곽 양식과 재료의 발달, 과학 기술을 잘 보여준 사례로 시설들이 잘 보존된 점을 인정 받아 지난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김영래·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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