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가 내년 제22대 총선에 출마가 예상되는 손범규 전 인천시 홍보특보의 출판기념회에 구청 대강당을 대관해주었다. 정치적 중립 및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지자체인 남동구가 총선 출마 예상자에게 구민의 공공시설인 구청 대강당 사용을 허가해준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SBS 아나운서 출신인 손범규 전 특보는 오늘 남동구청 대강당에서 '12월의 첫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출판기념회를 연다. 정치인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행사장이 공공시설인 남동구청 대강당이란 점이다.

남동구청 강당 운영·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강당은 상업·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정당·정치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강당 사용을 허가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손 전 특보의 출판기념회는 책 판매가 이뤄질 경우 상업·영리 목적에 해당한다. 게다가 통상 정치인이 진행하는 출판기념회는 문화예술 행사라기보다는 정치 행사 성격이 짙다. 남동구 조례 상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문제가 불거지자 출판기념회 구청 대강당 사용을 허가해준 남동구는 “출판기념회를 '문화 행사'로 판단했으며 2014년에도 출판기념회가 열렸다”고 해명했는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선거 전 지역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지지자를 결집하여 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과도한 책값 등을 통한 음성적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활용되기도 했다. 즉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누가 보더라도 정치행사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동안 시민사회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폐지 또는 관련 법 개정을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출판기념회를 폐지하지 못하겠다면 출판 기념회 모금액을 정치자금에 정식으로 포함시켜야 하고 책 가격은 표시된 정가로 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구청 대강당 사용을 허가해준 남동구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민 눈높이에 맞춰 숙고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