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야구는 죽었다”…‘근조’ 화환 시위
▲ 29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문학경기장 일대에 김강민 이적 사태에 뿔난 팬들이 근조 화환 시위에 나섰다.

“23년간 헌신한 선수를 내팽개쳐 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물쩍 넘어가려는 구단 행태에 너무 화가 납니다.”

SSG 랜더스 김강민 이적 사태의 후폭풍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SSG 팬들은 23년간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은퇴 후 영구 결번까지 거론되던 베테랑 선수를 허무하게 내준 구단의 ‘안이한 판단과 대처’에 분노하며 근조(謹弔) 화환 시위에 나섰다.

‘인천 야구는 죽었다’, ‘역사를 잊은 구단에 미래는 없다’

29일 오전 11시 SSG 랜더스 홈구장인 인천 문학경기장 일대에는 최근 ‘김강민 이적 사태’에 뿔난 SSG 팬들이 보낸 근조 화환 50여개가 설치돼 있었다.

근조 화환 리본에는 ‘23년간 헌신했더니 은퇴 종용?’, ‘절대 안 갑니다 절대 안 삽니다’ 등 최근 구단 행보에 불만을 표출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회사에 연차를 내고 왔다는 30대 이모 씨는 “자부심을 갖고 응원해 왔던 인천 야구가 지난 1년 사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우승한 김원형 감독을 경질할 때부터 우려스러웠는데, 이번 김강민 이적 사태로 팬들의 분노가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고 말했다.

인천 야구 팬 김재민(33)씨도 “이번 사태로 팬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는데 구단에서는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단이 소속 선수와 팬들을 존중하고 아끼는 문화가 사라져 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 올 시즌에만 약 40번 정도 홈경기를 관람했는데 내년부터는 구단의 뚜렷한 변화가 없는 한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강민은 2001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 지명된 뒤 올해까지 23년간 한 팀에서만 활약한 SSG 랜더스 프랜차이즈 스타다.

통산 1919경기 1470안타 138홈런 209도루 805득점 674타점 타율 0.274 출루율 0.340 장타율 0.410의 기록을 가지고 있고, 특히 지난해는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끌며 ‘영구 결번’ 후보로 거론되던 중이었다.

하지만 SSG는 지난 22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2차 드래프트에서 김강민을 보호선수 35인 명단에서 제외했고, 한화가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지명하면서 결국 팀 이적이 이뤄졌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