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모실 수 있어 영광” 7년 간의 안전운행 종료

“인천 토박이…내 인생 가장 빛났던 시간”
“솔선수범했던 故 유상철 감독 기억 남아”
“식구처럼 지냈던 선수들과 이별 아쉬워”

“인천 토박이로서 인천 선수단을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지난 24일 인천유나이티드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은퇴식을 가진 인천 선수단 버스 운전기사 박주석(75) 씨의 은퇴 소감이다.

박 씨는 “언제나 이 생활이 계속될 것 같았는데 막상 운전대를 놓게 되니 어색하다. 그동안 식구처럼 지내온 선수들과 헤어지는 게 가장 섭섭하고 아쉽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소속 운수회사가 구단과 계약을 하면서 2016년부터 인천 구단 버스를 운전하게 됐다.

박 씨는 “1979년부터 운수업에 종사해 왔는데 지난 7년 동안 인천 구단 버스를 운전하는 게 내 인생에 가장 중심에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한 달에 2~3번 정도 원정 경기를 나가고 그 외에는 연습장과 구장을 거의 매일 오갔다”며 “자식 보다도 어린 선수들이었지만 프로선수들인 만큼 어려웠고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원정에서 졌을 때와 이겼을 때 버스 안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원정에서 패하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하다. 올라올 때 도시락으로 종종 식사를 하는데 거의 안 먹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승리했을 때는 정말 왁자지껄하고 식사도 잘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특히 인천이 강등 위기였을 때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마지막에 가서 겨우 탈락을 모면했을 때 선수들과 함께 기뻐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박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으로 故 유상철 감독을 꼽았다.

그는 “정말 솔선수범하면서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남해까지 내려와서 원정 훈련을 지켜봤다”며 “결국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멍하게 지냈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중구에서 나고 자란 인천 토박이다.

그는 “지난 7년 인천과 동행한 시간이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간이다. 인천 토박이로 인천 선수들을 모실 수 있어 행복했고 영광이었다”며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승승장구하길 계속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