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존치를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가 22일로 끝났다. 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확정·시행된다. '고교서열화'라는 부작용이 교육효과보다 훨씬 크다는 이유로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던 정책이 불과 몇 년 만에 완전히 뒤집히는 것이다. 관점과 이해관계에 따라 '전환이냐, 존치냐'는 찬반이 갈리는 문제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원론적으로 어느 쪽이 맞는지 다시 한 번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전환이든, 존치든 시행령 개정으로 바꿀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교육제도는 법으로 정해야 하는 게 헌법의 정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고를 도입한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문재인 정부, 다시 존치로 뒤집은 윤석열 정부까지 모두 시행령으로 '교육제도 법정주의'라는 헌법의 정신을 위반하고 있다. 대학입시제도에 초중등교육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는 나라에서 이런 식의 편법을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시행령이 아니라 법으로 규율해야 한다.

자사고를 도입할 당시나 존치 결정을 내리면서 제시된 명분은 고교교육 전체의 경쟁력 제고, 고교교육의 다양화-특성화 향상, 고교교육 만족도 제고, 사교육 경감 등이다. 그러나 자사고 체제는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했다. 교육 경쟁력이 높아진 게 아리라 입시경쟁만 치열해졌다. 2010년부터 지정된 자사고 가운데 교육 다양성을 특성 있게 살리는 학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사고 절대다수가 일반고와 다름없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사교육비가 경감됐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자사고 학부모는 일반고에 비해 교육비 부담이 18.5배 높다. 1인당 연간 3000만원 이상 부담해야 하는 학교도 있다. 재단전입금이 법정 비율을 채운 자사고는 한손으로 꼽을 정도다. 자사고에 보내려는 경쟁까지 보태져 전체적인 사교육비 부담 역시 계속 증가추세를 보인다.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경감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약속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뒷걸음질을 하면서 '교육개혁'을 외치는 건 블랙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