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교육은 21세기에 들어서도 정부 혹은 교육감의 학교에 대한 지침과 간섭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학교의 자율성보다는 관 주도의 교육 관행에 대한 믿음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바뀌거나 교육감이 바뀌면 교육정책이 개혁이란 이름으로 달라진다.
우리나라 유·초·중등 학생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도, 학교 수와 교원은 물론 교육청에 근무하는 인원이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늘어난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공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올라간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 현실이기에 국민의 세금을 그만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2007년 보궐선거부터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된 이래 교육감의 일선 학교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의 이념편향성 정책,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권추락방조, 획일적 교육으로 인한 교실붕괴 가중, 편 가르기식 보은인사 등 불통과 일방적인 교육정책들이 늘어나면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교육의 주체들인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나 학교 현장의 필요 때문에 정책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포퓰리즘과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의 정책들이 남발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통해 창의력과 혁신을 추구하기보다는, 관료적 통제를 통해 규격화, 획일화를 꾀하는 모습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통제중심의 교육행정체제를 벗어나는 것이 근본적인 공교육 개혁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도교육감의 직선제는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교육계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쓸리며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거를 위한 경제적 물리적 환경도 교육감 후보 개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제도이다. 더구나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특정 교원단체에 유리한 구조적 결함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를 시·도의회에서 뽑는 간선제로 하거나,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방안 등을 시급히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도교육청에 근무하는 인원을 대폭 축소해서 학교 현장으로 보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관리 감독을 위한 행정지원인력을 최소화하면 물리적 제한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단위학교 자율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교육지원청도 현행처럼 유지하는 것은 행·재정상의 비효율성 문제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중적 관리·감독 기능을 함으로써 단위학교의 옥상옥이 되고 있다. 이런 교육지원청을 지역의 교수학습지원센터로 전환함으로써 '교·강사들을 위한 연수·자료실, 교수학습연구 및 컨설팅을 위한 공간, 일선 학교의 민원 해결, 각종회의 및 협의회'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실질적인 단위학교 자율책임경영 체제를 보장함으로써 공교육의 다양성과 책무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단위학교에 대한 각종 통제와 지시가 여전하고, 조례와 지침 등으로 학교 관리와 통제를 강화한다면, 단위학교에서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존중받기 어렵게 된다.
단위학교의 자율성 보장은 공교육의 성과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교사들에 의한 단위학교 자치 강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권한과 책임은 항상 함께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학교장 중심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이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단위학교마다 다를 수 있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책임경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학생 교육은 교사에게 전권을, 교직원 관리는 교장에게 전권을 부여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성과를 촉진하고 공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길로 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황영남 (사)바른아카데미 이사장·동국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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