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약 5개월 앞두고 이런저런 신당 창당설이 연일 전해진다. 다원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책 차별성이 있는 정당은 많아도 괜찮다. 문제는 무성한 창당설이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누적된 결과라는 점이다. 특정 정치인이 싫다며 소속 정당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는 창당을 모색하는 일이 지나칠 정도로 잦다. 전근대적 붕당까지는 아니지만 선거용 '떴다방 정당'이라 부를 만하다. 총선 후엔 다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대 정당과 합당하는 사례를 그간 지겹게 봤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이 앞장서서 민주주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블랙코미디다.

한국의 상황은 긴박하다. 평화와 안보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경제성장의 동력이 고갈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 공룡처럼 몸집을 불리려는 서울을 어떻게 제어해 지역균형발전과 상생의 길을 열 것인지, '노란봉투법' 등 노동의제들은 어떻게 대응하는 게 미래를 여는 길인지 등등 끝도 없는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정당은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 국민에게 선택받는 존재여야 한다. 포퓰리즘 '떴다방 정당'은 민주주의의 좀 벌레일 뿐이다.

'떴다방 정당'의 압권은 지난 총선에서 등장한 비례대표 위성정당이었다. 거대 양당은 21대 개원 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다시 4년 전으로 회귀하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오히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신 20대 총선까지 유지되었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퇴행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이건 아니다. 두 당 가운데 어느 당이라도 먼저 연동형 유지, 위성정당 방지를 당론으로 확실히 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의 이합집산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정당이 선거용 떴다방으로 전락한 것 역시 한국만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이합집산하고 떴다방을 만들 때 명백한 대의명분과 정책 차별성을 시늉으로라도 확실히 해 주기 바란다. 또 속아 넘어가더라도, 한국민주주의를 위해 다시 한 번 외쳐두지 않을 수 없다.